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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5 16:25 수정 : 2005.04.15 16:25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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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해방은 꿈같이 찾아왔다.…그러나 해방을 모두 기뻐한 것은 아니었다. 일제의 패전 소식을 듣고 한국에 사는 일본인처럼 눈앞이 캄캄해진 한국인도 있었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찬양하고 민족의식을 버리고 황국신민이 되자고 외치던 친일파들이 바로 그러하였다. 특히 친일 경찰은 피신하느라 바빠 8, 9월에 출근율이 20%도 안됐다. 조선총독부와 조선군사령부를 비롯한 일제 통치기관에서는 한국인에게 저지른 만행을 기록한 각종 문서를 소각하는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한국 현대사>의 이 첫 장면은 저자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이 개설서를 쓰게 된 동기를 강력하게 암시하며, 351쪽에 이르는 이 책 마지막까지 거듭 변주되는 원형과 같은 것이다.

이들 “눈앞이 캄캄해진” 친일파들은 곧 업보대로 처벌받고 청산되리라 누구도 의심치 않았으나, 해방의 감격이 채 식기도 전에 처벌은커녕 다시 주인자리를 차지하고 새 시대의 도래를 고대하던 사람들을 철저히 유린했다. 상전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제주 4·3학살과 요인 암살, 보도연맹… 그리고 그 뒤 반세기 이상 끝도 없이 펼쳐진 전쟁, 살육, 독재, 부정, 부패, 파괴, 압제의 질곡 속에서 그들은 때로는 정치꾼, 관리, 때로는 장사꾼, 지식인, 경찰, 군인으로 변신하면서 언제나 승자로 군림했다. 한국 현대사란 바로 그런 끝없는 ‘친일의 변주’다. 저자는 그들이 기록하고 선전해온 역사, 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역사가 사실의 전부는 아니며 진실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한다. 역사의 승자는 그들이 아니라 비극적이지만 장엄하게 그들에 저항해온 사람들이라고 얘기한다. 그게 그가 현대사 연구에 인생을 걸기로 작심한 이유일 듯싶다.

거짓 역사 뒤에 숨은 친일주의 변주 짚어 다양한 자료 · 사진 풍성

그렇다고 그가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방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를 수반했는가, …교육의 확대로 한글세대가 대거 탄생하고 토지개혁이 이루어져 1950년대에 60~80년대의 경제발전 초석이 놓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가르친다. 특히 나는 한국사회를 발전시킨 역동적인 힘을 중시한다. 역동성의 기반인 평준화가 왜 그렇게 빨리 성취되었나를 설명하고 1956년 정·부통령선거 등 여러 선거에서 유권자의 한표가 독재정권을 위협했던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긍정적이다. 다만 ‘반북우파’들과는 “인생관이 다르고 역사관이 다르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의 대상이 그들과 다를 뿐이다. 그에겐 그들에 저항한 “한국의 민주화운동”이야말로 “참으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위대한 운동”이다. ‘과거 청산’은 그에게 운동의 매듭이며 진정한 새 출발의 토대다.

정치 경제 중심의 기존 개설서류와는 달리 생활과 문화, 사회상을 보여주는 항목들을 따로 설정해 시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부제에 걸맞게 역사문제연구소의 기획이 돋보이는 방대한 양의 희귀 사진들과 도형, 지도, 표어, 포스트, 만평, 그리고 ‘맥아더는 한국전쟁의 영웅인가? ’ ‘흥겨운 절망, 기타부기’ 등의 제목을 단 ‘역사노트’ 등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의 배치가 발군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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