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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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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한국 현대사>의 이 첫 장면은 저자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이 개설서를 쓰게 된 동기를 강력하게 암시하며, 351쪽에 이르는 이 책 마지막까지 거듭 변주되는 원형과 같은 것이다.
이들 “눈앞이 캄캄해진” 친일파들은 곧 업보대로 처벌받고 청산되리라 누구도 의심치 않았으나, 해방의 감격이 채 식기도 전에 처벌은커녕 다시 주인자리를 차지하고 새 시대의 도래를 고대하던 사람들을 철저히 유린했다. 상전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제주 4·3학살과 요인 암살, 보도연맹… 그리고 그 뒤 반세기 이상 끝도 없이 펼쳐진 전쟁, 살육, 독재, 부정, 부패, 파괴, 압제의 질곡 속에서 그들은 때로는 정치꾼, 관리, 때로는 장사꾼, 지식인, 경찰, 군인으로 변신하면서 언제나 승자로 군림했다. 한국 현대사란 바로 그런 끝없는 ‘친일의 변주’다. 저자는 그들이 기록하고 선전해온 역사, 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역사가 사실의 전부는 아니며 진실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한다. 역사의 승자는 그들이 아니라 비극적이지만 장엄하게 그들에 저항해온 사람들이라고 얘기한다. 그게 그가 현대사 연구에 인생을 걸기로 작심한 이유일 듯싶다.
거짓 역사 뒤에 숨은 친일주의 변주 짚어 다양한 자료 · 사진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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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중심의 기존 개설서류와는 달리 생활과 문화, 사회상을 보여주는 항목들을 따로 설정해 시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부제에 걸맞게 역사문제연구소의 기획이 돋보이는 방대한 양의 희귀 사진들과 도형, 지도, 표어, 포스트, 만평, 그리고 ‘맥아더는 한국전쟁의 영웅인가? ’ ‘흥겨운 절망, 기타부기’ 등의 제목을 단 ‘역사노트’ 등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의 배치가 발군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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