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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2 17:58 수정 : 2005.06.02 17:58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 증오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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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대다.

의료장비로 잘 알려진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은 활동하는 뇌 부위에 쏠리는 혈류·혈당 분포를 촬영해, 그리고 기능자기공명영상법(fMRI)은 혈액 안 산소 공급량의 변화를 촬영해, 어떤 감정의 순간에 뇌의 어느 부위가 특히 활성화하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뇌 신경세포들 사이에 오가는 무수한 전기·화학신호에 의해 일어나는 희노애락의 마음 현상을 이처럼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심리·신경과학 연구는 급속히 진전하고 있다.

신간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 증오의 과학>(러시 도지어 주니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이 ‘증오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수행도서 제목 같은 화두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주로 현대 뇌·심리과학의 이런 연구성과들 덕분이다. 이 책은 인간 특유의 감정인 ‘증오’의 정체에 대해 뇌과학을 중심으로 진화생물학·인류학·고고학 등이 말하는 답을 찾아나선다.

특별히 ‘증오’가 화두인 것은 전쟁·테러·학살 등 21세기에도 여전한 ‘인류 잔혹극’의 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증오의 인간 본성에 있기 때문이다. 9·11테러가 ‘왜 인간은 증오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으며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적 대량살상 무기의 그늘 아래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종교·인종·민족·계급·정치적 증오는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는 게 지은이의 문제의식이다.

책은 증오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증오의 해부학’에서 출발한다.

증오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뇌 물질에서 증오의 마음을 일으키는 곳은 ‘편도체’다. 감정과 자극을 관여하는 ‘변연계’라는 부위의 일부로서 포도 한 알 크기의 편도체는, 감각기관으로 흘러가는 정보를 끊임없이 분석해 증오·노여움·두려움·즐거움 그리고 사랑 같은 감정을 인지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런 편도체·변연계, 원초 신경계는 논리적 사고를 관장하며 사물과 현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뇌의 신피질·전두엽, 고등 신경계와 넓게 연결돼 있다. 지은이는 이런 연결에 특별한 위험 요소가 있다고 해석한다. 본능적 감정에 어떤 문화·사회적 의미를 덮어씌우고, 증오와 폭력에 어떤 민족적, 종교적 가치를 부여하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은이는 뇌 속의 원시적 충동에서 일어난 증오가 우리의 가치관을 통해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자신에 대한 폭력(자살)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그 고리를 단호히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초 신경계의 어두운 힘을 고등 신경계의 통제력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와 타인을 나누는 증오가 인간 진화의 결과물임을 추적한다. 증오가 자연선택의 진화과정에서 어떻게 우리 뇌 속에 자리잡게 됐는지, 후기 구석기 혁명과 신석기 농업 혁명을 거치며 생존·번식을 위한 본능에 불과했던 증오가 타인에 대한 증오로 바뀌는 과정을 분석한다.

지난 2001년 출간된 <사랑을 위한 과학>(토머스 루이스 등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증오와 정반대의 인간 본성인 ‘사랑’의 감정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다루는 과학서다. 이 책은 오히려 신피질을 공박한다. 이성을 좇고 감성을 경시하는 현대 문화를 “신피질과 굳게 결탁한 문화“라며 “이는 행복을 가로막고 삶의 본질과 의미를 왜곡시키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꼬집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증오를 예방하고 제거하는 전략

1 증오의 감정을 구체화하라

2 공감하는 ‘우리’의 인식을 발전시켜라

3 화와 두려움의 원인을 함께 이야기하라

4 갈등과 화의 근원을 풀기 위한 건설적 협상을 시도하라

5 자신과 타인을 계도하라

6 다른 사람들과 서로 협력하라

7 과민반응보다 사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라

8 억압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

9 증오의 원천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방식을 찾아라

10 복수가 아닌 정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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