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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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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성 질환의 감소(술폰아미드, 페니실린, 유아면역접종), 외과수술의 확대(수술용 현미경, 장기이식, 고관절 치환수술), 암, 정신병, 심장질환, 불임치료 등에서 이룬 진보, 진단기술의 개선(내시경, 시티촬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불만스러워하고, 일반인들은 건강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지고, 대체의학이 각광을 받으며, 공공의료 서비스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네 가지 역설에 직면해 있다.
지은이는 <현대의학의 역사>를 통해 역설적 불만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그는 의학 상의 주요한 발견이 1975년 이전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에 눈길을 준다. 70년대 말이 되면 그 동력이 떨어지고 지적 공백상태가 된다. 사회이론과 신 유전학이 등장하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난다. 가파른 상승 하강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의학계는 네 겹의 장벽 앞에 놓이게 되었다.
질병의 고통이 사라지고 수명은 최대한 연장되면서 기본적으로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 않았느냐는 의식, 무엇보다 관심이 쏠린 노화에 따른 질병(고관절염, 동맥경화증)에서 더 이상의 의학적 진보가 이뤄질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 의학의 중요한 진보가 우연과 행운에 의존한 탓에 진보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 마지막으로 남겨진 도전(다발성경화증, 백혈병)이 말 그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점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무력하다는 것.
내시경 검사, 시티촬영 신기술 남발, 암에 대한 화학요법 남용, 값비싼 변형약품 개발 등 ‘쎄게 대응하기’, 태아감시 장치,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조기발견 프로젝트 등 값비싼 전략으로 ‘뛰어넘기’, 질환을 예방하여 치료법의 부족을 메우자는 ‘우회작전’, 신유전학으로 단숨에 ‘벽 허물기’ 등의 노력을 기울여 보지만 효과가 미미하거나 미래의 약속일 뿐이다.
그럼에도 의학은 줄곧 자신의 지위를 강화해 온 반면 도덕성과 지적 성실성을 잃고 있다.
지은이는 50년 현대의학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의학계가 네 가지 역설을 본격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 바로잡느냐 못 잡느냐에 의학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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