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09 14:55 수정 : 2005.06.09 14:55

은둔형 외톨이
\

산발한 머리, 피부병, 피골이 상접한 몰골에다 괴성, 폭력 등 히스테리. 그리고 무엇인가에 대한 집착. 수년째 외부와의 대화를 끊고 방안에 칩거한 사람들.

한국방송 2텔레비전 <추적 60분>에서 두 차례에 걸쳐 보여준 ‘은둔형 외톨이’ 실태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이웃나라 일본에나 있다고 알려진 ‘히키코모리’가 한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 풀 길은 없는가. <은둔형 외톨이>는 이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지은이는 맞벌이가 늘면서 가족간의 대화가 끊기고 감정적 교류가 없어지거나, 그 반대로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반작용으로 마음 문을 닫게 되는 가정적인 이유를 든다. 학교에서 왕따, 단체생활 부적응 등으로 중간에 탈락한 학생들도 은둔형 외톨이 예비군이다. 한해 5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선 10만명 ‘방에 콕’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밖에 직장에서의 왕따, 외모 지상주의, 성폭행, 군대에서의 가혹행위 등도 사례에 들어 있다. 이렇듯 은둔형 외톨이의 배후에 가정 학교 사회의 문제가 얽혀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와 대인공포증은 등가. 자신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못 생기거나 뚱뚱해서, 자기 몸에서 방귀나 대변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하고 심하게는 ‘사회는 모두 나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은둔형 외톨이의 배후엔
왕따, 청년실업, 성폭행등
가정·학교·사회문제가
서로 얽혀있어 더 심각하다

이들은 방안에서 군것질거리만 먹고 지내며 낮과 밤을 바꿔 생활하고 가족한테 난폭한 행동을 한다. 컴퓨터, 오디오,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을 방 안에 들여놓고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형, 장난감에 집착하기도 한다. 조금 어렵게 말하면 ‘경계성 인격장애’다. 이는 흔히 자해, 정서불안, 폭력적 행동, 권태 증세를 보이고 원만한 인간관계 갖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 ‘분리’라는 틀로써 원인을 캐 볼 수도 있다. 유아기 때 혼내주는 엄마와 사랑해주는 엄마가 나쁜 엄마, 좋은 엄마로 마음 속에 박히면 성장해서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본다는 식이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틀어박히는 것은 그들에게 이런 양극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에 적응이 잘 안되면 아예 적응을 하지 않고 틀어박힌다는 얘기다.

지은이는 이들이 구조요청 신호를 보내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방에서 나오지 못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누군가 신호를 듣는 사람이 있어 마음을 열고 접근하면 이들 역시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구조신호에 귀를 기울이자

일단 설득을 통해 이들을 방안에서 이끌어내어 적당한 운동과 섭식으로 몸을 추스린 다음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체험을 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창의적인 경우가 많은 이들에게 걸맞는 직업을 갖게 해야 한다.

부록으로 이들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칩거의 이유 등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붙였다.

한편,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먼저 사회 이슈화하고 연구가 많이 진척된 일본에 참고할 점이 있을 듯하다.

만화, 판타지에 집착하는
일본 젊은세대의
‘오타쿠’를 중심으로
은둔과 몰입의 관계를 살핀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 학생들의 등교거부 현상으로 간주되다가 90년대 중반에 폭행, 살인 등 사회문제화되었고, 경기침체에 빠져들면서 성인들한테로 이런 현상이 확대되었다. 전체 인구의 1% 즉 120만명으로 추산되는 히키코모리가 널리 알려진 것은 2000년 1월 니가타현 가시와자키 시에서 일어난 엽기성 소녀 감금사건이었다.

창의성 높고 독서 · 음악에 조예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은 히키코모리 전문가인 사이토 다마키가 쓴 책. 은둔형 외톨이는 물론, 휴대폰 젊은이들, 사이비 종교집단, 포켓몬스터에 빠진 어린이 등 ‘오타쿠’를 중심으로 젊은세대의 내면풍경을 살핀다.

도쿄 번화가의 젊은이들이 함께 재잘대며, 특히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 대화 부재에서 오는 갈등이 없는 반면 은둔형 외톨이들은 그 반대이며 패션 친화성이 높고 독서, 음악에 조예가 깊다는 관찰 사례에서 논의를 출발한다. 즉, 은둔이 몰입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통해 만화나 판타지에 집착하는 오타쿠에 눈길을 준다. 80년대부터 생겨난 오타쿠는 진화를 거듭해 ‘코믹마켓’ 참석자가 수십만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활성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창작물에서 동성애, 미소년기호증(페도필리아) 등 성도착증을 보인다. 저자는 라캉의 이론에 기대어 남성 오타쿠가 거세불안을 보완하기 위해 ‘전투 미소녀’라는 여성물품을 이용하는 반면 여성 오타쿠(동인녀)는 결여상태로부터 남성끼리의 관계성에서 동일시를 시도한다고 본다. 저자는 이들이 의외로 현실적이라면서 그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창의성을 불러일으킬 것을 주문한다.

이어 저자는 은둔형 종교집단의 ‘나를 버리라’는 가르침이 결국에는 사실과 생각을 분리함으로써 아픔을 공감할 줄 모르는 뻔뻔한 인간형을 만든다면서 정상적인(?) 종교에도 이런 경향이 있음을 경고한다. 또 포켓몬스터가 조종자의 분신으로서 대리전을 치르는 특성을 들어 이 게임에 대한 열광이 하나의 세계에 대하여 여럿의 자아를 드러내는 병리현상인 ‘해리’와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