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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5 16:49 수정 : 2011.07.23 03:25

왼쪽부터 김민정씨, 김지민양, 유서연양, 유영상군, 강영미씨, 유지상군. 사진 전현주 북하니 운영자 제공

가정독서모임 여는 강영미·김민정씨
매주 금요일, 두 가정이 모여 독서모임, 그림책부터 소리내 읽으니 큰 부담 없어
돌아가며 구연·역할극·퀴즈대회도 해봐, 방학마다 책 읽은 뒤 체험학습 떠나기도

“사람들은 코끼리가 재주를 부릴 때마다 환호했고, 조련사는 더욱 어려운 동작을 시켰습니다.”

지난 7월7일 서울 여의도 김민정(41)씨네 집. 방 여기저기서 시끌벅적 놀던 아이들이 거실에 모였다. 윤중초 4년 김지민(10)양은 양손에 턱을 괸 채로 동화에 푹 빠져들었다. 김양과 함께 그림책 앞에 모여든 이들은 김양네 이웃에 사는 유서연(10)양, 유영상(7)군, 유지상(5)군, 유씨 남매의 어머니 강영미(35)씨였다. “아이쿠, 두 장이나 넘겨버렸네. 미안!” 코끼리의 슬픈 사연을 능숙하게 읽어준 사람은 집주인 김씨였다.

얼핏 한 가족처럼 보이는 두 가족은 지난 일 년여 동안 가정독서모임을 열면서 친분을 다져왔다. “작년 3월부터 시작했어요. 금요일마다 얼굴을 보면서 많이 친해졌죠.” 강영미씨의 설명이다.

두 가정을 모이게 한 것은 각 가정의 ‘따님’이었다. 윤중초에 다니는 김양과 유양은 3학년 때 짝으로 처음 만났다. 둘은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책을 좋아했고, 별도의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3학년 올라가면서 지민이한테 친구들 좀 데려오라고 했더니 다들 학원 다니느라 바쁘다고 하더군요. 근데 서연이는 똑같이 학원에 안 다니니까 자주 놀러오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서연이네 어머니랑 친해지게 됐죠. 학원 안 보내는 부모로서 외로운 입장이었는데 뜻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잘 모이게 된 거죠.(웃음)”

독서모임은 두 어머니의 친분이 두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마침 강씨의 중학교 은사인 백화현 교사가 쓴 <책으로 크는 아이들>이 독서모임을 열게 하는 데 큰 구실을 마련했다. “은사님이 하시는 가정독서 운동을 돕고 싶어서 블로그를 만들어 드리는 일을 했거든요. 근데 우리 아이들부터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사연으로 모인 두 가정은 매주 금요일 오후 함께 모여 책을 읽는다. 정해놓은 시간은 없다. 특별한 규칙도 없다. 두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을 그림책과 동화책 등을 골라 아이들 앞에 펼쳐놓는다. 책은 김씨나 강씨가 읽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직접 소리내 읽기도 한다. 김씨는 “성격들이 명랑해서 시끄럽게 떠들고 놀기를 잘하는데 그러다가도 책 읽는 시간이 되면 이렇게 모여들어 집중한다”고 했다.


두 가정 아이들한테 책읽기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다. 주인공이 여럿 나오는 책은 각자 역할극 방식으로 소리내 읽어볼 때도 있다. 책을 다 읽은 뒤 간단한 독서퀴즈대회를 열기도 한다. “테오와 고흐가 나눈 편지 관련 그림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고흐 아버지의 직업이 뭐였는지 맞히는 퀴즈도 내봤어요. 대단한 질문을 하는 건 아닙니다. 재미로 하는 거죠. 무리한 독후활동은 시키지 말자는 게 저희 모임의 원칙이라면 원칙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책읽기에 즐겁게 참여하도록 돕자는 게 모임의 철학이죠.”


두 가정은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게 많다. 김씨는 “무엇보다 책임감이 생겨 좋다”고 했다. “사실 우리 가정만 하게 되면 귀찮아서 빠지게 되는 날이 많을 거예요. 가끔 바쁘고 귀찮다는 생각에 쉬고 싶은 날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서연이 어머니가 전화를 주십니다. ‘이번주에 무슨 책 읽어볼까요?’라고요.(웃음)” 다른 두 가정이 뭉치면서 아이들도 모임을 공식적인 시간으로 인정한다. 유양은 지민양의 어머니인 김민정씨가 소리내 책을 읽어줄 때 책읽기에 더 흥미를 느낀다. 성적이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독서를 한 건 아니지만 꾸준한 독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켰다. 강씨는 “서연이가 글만 있는 책은 본능적으로 싫어했는데 4학년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글만 있는 책을 찾더라”고 했다. “어려운 책이 아니라 쉬운 그림책부터 읽어가니까 조금씩 독서 보폭을 확장하는 게 보이더라구요.”

책으로 인연이 두터워진 두 가정의 아이들한테 방학은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큰 시간이다. 방학에는 독서모임을 열면서 책과 관련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체험도 병행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허준박물관, 화폐금융박물관 등을 찾았다. 김양은 “엄마, 아줌마랑 박물관을 많이 다녔는데 정말 신났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책은 두 가정이 손꼽는 피서철 필수 아이템이다. 강씨는 “책을 읽어보고 관련된 장소를 견학하는 것도 피서”라며 “독서라고 하면 덥다는 느낌을 갖기 쉽지만 여름에 제일 시원한 곳 가운데 하나가 책이 있는 도서관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서초구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가보면 온종일 피서가 가능해요. 시원하고, 책도 많죠. 영화도 볼 수 있구요.”

두 가정은 앞으로 책을 매개로 긴 여행을 가보는 걸 장기적인 계획으로 세워두고 있다. 강씨는 “책을 읽고 작가나 주제와 연관지어 아이들과 긴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저희가 뭘 대단하게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를 보면서 이런 모임도 할 수 있다는 걸 참고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모임 하면서 책은 혼자 보는 게 아니라는 걸 정말 실감했어요. 책은 함께 봐야 정말 좋은 거더라구요.”

강영미·김민정씨 가족이 말하는 책 읽는 법

☞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게 도와주세요

어려운 책부터 읽으면 아이는 책에 싫증을 느끼게 됩니다. 쉽고 편한 책부터 함께 읽어주세요.

☞ 학습과 연관짓지 마세요

책을 통해 성적이 올라갈 거라는 기대로 독서활동을 시키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책읽기는 그 자체로 즐거운 활동이어야 합니다. 학습에 대한 과한 기대를 품거나 독후활동을 무리하게 강요하지 마세요.

☞ 다른 가족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읽어보세요

독서는 혼자보다 함께할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두 가정 정도가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읽고, 생각을 나누는 방법을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 책을 매개로 체험학습을 떠나세요

책에는 체험활동을 독려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주제, 작가 등을 찾아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보세요.

[북하니 어린이도서특집] '우리 아이 여름방학 어떤 책이 좋을까요?'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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