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1 16:23
수정 : 2005.01.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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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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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즘 광기 앞에서 무너진 인간관계
나치즘의 광기가 평범한 생활인의 심성과 인간관계를 어떻게 좀먹어 들어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미국 소설로 1938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히틀러가 등장할 무렵 미국에서 독일로 돌아간 독일인 마틴과 그의 사업 동료인 유대인 막스가 주고받은 19통의 편지가 소설을 이룬다. 상대방 가족의 안부를 묻고 자기 쪽의 일상을 자상하게 소개하던 두 사람의 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치즘이 드리운 암울한 분위기를 짙게 반영하게 된다. 그런 변화는 “나는 그(=히틀러)가 과연 제 정신인지 자문해봅니다”라던 마틴의 태도가 “독일은 영광스런 지도자를 따라 승리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로 바뀌는 모습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상황은 심각해서, 한때 마틴과 사랑하는 사이였던 막스의 여동생이 독일 공연에 나섰다가 나치에 쫓기고 결국 마틴이 방관하는 사이에 살해당하는 사태에까지 이른다. 슬픔과 분노에 내몰린 막스가 나치의 우편 검열 제도를 역이용해 마틴에게 복수하는 결말의 반전이 인상적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음모·비밀 똬리튼 암호의 숲으로…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는 성배의 실체를 찾는 지적 수색작업을 통해 기독교의 공식적 역사를 해체하고 있다. 성배는 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코드, 곧 암호다. 기호학자 혹은 암호학자들에게 이 세계는 거대한 암호의 숲이다. 암호역사학자 데이비드 칸이 쓴 <코드브레이커>는 이 암호의 숲을 샅샅이 뒤지는 책이다. 이 두툼한 책 속의 수많은 글자들은 고대 이집트 파라오 암호에서부터 20세기 컴퓨터 혁명이 낳은 인터넷 보안장치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외계의 신호’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온갖 암호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주고 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은 적국의 암호를 해독하는 기술이 없었다면 훨씬 더 지루하고 파괴적인 전쟁이 됐을지도 모른다. 포탄과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 뒤편에서 당사국들은 실전만큼이나 치열한 암호 해독 전쟁을 벌였다. 음모와 비밀이 우굴거리는 암호의 세계는 모험을 자극한다. 그 세계의 자물쇠를 열 수없이 다양한 열쇠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영화에 관한 모든것 엮은 ‘백과사전’
189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1분 남짓한 활동사진을 틀었을 때 사람들은 연기를 뿜으며 달려오는 기차를 보고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된 영화는 창대해졌다. 100년 만에 영화는 모든 유구한 예술장르를 제압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대중적인 예술이 됐다. 시신경을 난타하는 이 이미지의 인공폭포는 예술과 산업이 결합됐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예술과 달랐다. 80여명의 전문 필자가 동원된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는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한데 엮은 명실상부한 영화 백과사전이다. 예술로서의 영화, 기술로서의 영화, 산업으로서의 영화를 망라하고 저항·투쟁·건설·유혹·위안 등등 온갖 기능을 담지한 영화의 세계를 횡당하고 종단한다. 영화의 안팎을 구성하는 감독·배우·제작자·극장주가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등장한다. 200자 원고지 1만장 분량 안에 색인 항목 1만개를 배치했다. 독자는 전례없이 넓은 시야를 이 사전 위에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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