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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1 16:33 수정 : 2005.01.21 16:33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 \

지각 변화가 삶에 미친 영향
역사·문화로 푼 ‘여행기’느낌
“지구과학 재미없다”편견 깨줘

세계지도를 보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대륙들의 해안선 모양이 마치 과거에 하나였던 땅덩어리가 분리된 것처럼 아귀가 맞는다.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이 사실에 착안해 1915년 ‘대륙이동설’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정신나간 소리 취급을 받았지만 그 현대판인 ‘판구조론’은 대륙의 탄생과 소멸을 설명하는 정설로 자리잡았다. 대양 복판의 산맥에서는 해저지각이 현재도 만들어져 확장되고 있고, 대륙 가장자리의 심해저에서는 나이먹은 해저지각이 땅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최근의 남아시아 지진해일이 비극적으로 증명했듯이 땅은 살아 움직인다. 지진과 화산분출, 산맥과 섬의 탄생은 그 증거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땅은 고정불변의 상징이다. 전세계의 대륙이 뗏목처럼 12개의 지각판에 올라타고 맨틀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다지만, 수억년의 지질학적 시계를 재빨리 돌려야만 눈에 보인다. 먼 과거는 그 만큼 체감하기 힘들다. 시간을 익숙한 거리 개념으로 바꾸면, 1년이 10㎝라면 1억년은 서울과 로스앤젤레스까지의 거리에 해당한다.

살아있는 지구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더 큰 책임은 지구과학을 재미 없는 과목으로 만든 삭막한 과학교육에 있다. 암석의 종류와 지질시대 구분을 외우고 계산문제를 푸느라 정작 우리가 발딛고 살고 있는 땅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하고 학창시절을 마친다.

그런 점에서 ‘반 교과서’를 자임한 리처드 포티의 대중과학책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는 지구과학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어줄 만하다. 복잡한 지구과학 이론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 이야기로 풀었다. 글쓴이는 삼엽충 연구로 유명한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여행작가 냄새가 난다. 이를테면 올리브가 무성한 나폴리의 베수비오산 피자집에 앉아 2만5천년 전과 서기 79년의 일어났던 화산 대폭발을 상상하는 식이다.

그의 이야기는 지질학이 시작된 나폴리에서 시작해 새로운 섬이 탄생하고 죽는 하와이, 지각탄생의 중심점인 아이슬란드, 대격변의 증거인 알프스 산맥,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있는 캘리포니아를 거쳐 나폴리로 돌아와 끝난다. 이 여정에서 포티는 느리지만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질학적 맷돌이 그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일관되게 관찰한다.

왜 일본이나 인도네시아처럼 화산과 지진이 잦은 곳에 인구밀도가 높은가. 그 이유는 비옥한 화산토양 때문이다. 코끼리 등에 올라탄 개미처럼 땅은 많은 이들에게 숙명이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문명과 인류는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가. 유럽쪽으로 치받는 아프리카 때문에 지중해는 언젠가 사라진다. 태평양도 더 먼 미래에는 없어질 운명이다. 아프리카에서 떨어져나온 인도는 4500만년 전 연간 15㎝의 ‘빠른’ 속도로 이동해 아시아 대륙과 충돌한 뒤 아직도 해마다 5㎝씩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대규모 밀치기 덕분에 히말라야 산맥이 생겼다. 과거로 돌아가면 2억5천만년 전 전세계 대륙이 하나로 모인 ‘판게아’가 있었고 다른 초대륙도 여러번 생겼다 사라졌다. 땅속엔 이야깃거리가 많다. 한 가지 아쉽다면 포티가 여행한 곳이 서양사람들에게 익숙한 관광지가 대부분이어서 우리에겐 아직 낯선 곳이 많다는 점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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