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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1 16:45 수정 : 2005.01.21 16:45

소설, 노년을 말하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남자는 벌레가 아니라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712호 환자>) 712호 환자는 38살 되던 1983년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2004년 비로소 깨어났다. 불현듯 노년의 삶이 들이민다는 것을 카프카가 아닌 하성란이 그린 방식이다.

<소설, 노년을 말하다>(황금가지 펴냄)는 이명랑, 한정희, 한수영, 한승원 등 여덟 작가들의 단편으로 제각각 ‘노년’의 알살을 드러낸다. 거개 간단한 알레고리가 있을 뿐 고발 다큐처럼 직설적이다.

홍상화의 <동백꽃>의 붉은색은 죽어가는 노인의 피와 끝까지 홀로 남겨진 늙은 아내의 뺨을 부비는 그의 숭고한 열정을 상징한다. 이순원은 <거미의 집>에 죽은 뒤 제 살로 새끼들의 배를 채워주는 어미 거미의 이미지를 담았다. 하지만 유산으로, 또는 부양을 마다하며 처절히 다투는 자식들 앞에서 ‘꽃’도, ‘거미의 집’도 삭는 게 또한 현실이리라.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고, 늙는 게 두려운 건 미래가 불확실해서가 아닌 제 몸만 덜렁 남는 게 명확해서라는 듯 손녀는 비틀즈의 ‘웬 아임 식스티포’를 왼다.(이청해의 <웬 아임 식스티포>)

이야기들은 고빗사위도 드물다. 이 시대, ‘노년’ 자체가 온전히 그 대목이라는 듯하다. 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김윤식, 김미현이 책을 엮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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