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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4 14:48 수정 : 2012.05.04 14:48

월간 어린이잡지 ‘고래가 그랬어‘ 토론팀과 산학교 어린이들이 만나 ‘어린이로 사는 것의 괴로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련 기사는 5월호 ‘고래가 그랬어‘에 실릴 예정이다. (사진제공 '고래가 그랬어' 편집팀)

제주도와 함경도 아이들이 함께 본 방정환의 '어린이'
개똥이와 선생님이 말하는 우리 어린이잡지 구십 년사

개똥이 이주영 선생님, 『개똥이네 놀이터』를 왜 잡지라고 해요? 잡지라고 하니까 이상해요.

선생님 왜, 잡지라는 말이 이상해요?

개똥이 ‘잡음’은 이것저것 시끄러운 소리잖아요. ‘잡종’도 이 피 저 피 섞였다는 거잖아요. 잡음이나 잡종이 좋은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니에요. 그래서 잡지라는 말도 좀 안 좋은 말 같아요.

선생님 아, 그러니까 잡음(雜音), 잡종(雜種), 잡지(雜誌)에서 쓰는 ‘잡(雜)’이라는 말이 마음에 안 드는 거군요.

개똥이 『개똥이네 놀이터』는 재미있고 좋은 내용이 많은 책인데, 안 좋은 뜻으로 쓰는 ‘잡음’이나 ‘잡종’하고 비슷한 ‘잡지’라고 하니까 이상해요.

선생님 하하, 그러고 보니 잡식(雜食), 잡균(雜菌), 잡귀(雜鬼), 잡담(雜談)을 비롯해 ‘잡(雜)’이 들어가는 말 가운데 안 좋은 뜻으로 쓰는 말이 많군요. 그러나 ‘잡(雜)’이라는 말뜻이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모아 놓은 것’인데, 꼭 나쁘게 생각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봐요.

개똥이 왜요?

선생님 이제는 ‘여러 가지를 모아놓은 것, 섞어 놓은 것’을 좋은 뜻으로 써야 해요. 세계 여러 문화가 섞이는 세상이잖아요. 『개똥이네 놀이터』를 잡지(雜誌)라고 하는 까닭은 어린이들한테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이나 소식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뜻이에요. 한 달에 한 번 내기 때문에 월간 잡지라고 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내용을 담기 때문에 어린이 월간 잡지라고 하는 거예요.

1923년 방정환 선생이 만든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 해방 후 발행된 『어린이 나라』와 『진달래』

개똥이아하~ 그럼,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잡지는 누가 만들었어요?

선생님 어린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지요?”

개똥이 방정환 선생님이요.

선생님 그렇지요. 방정환 선생님이 1923년에 처음 『어린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를 위한 월간 잡지를 만들었어요.

개똥이 헤헤, 재미있어요. 어린이를 위해 맨 처음 나온 잡지 이름이『어린이』라니까요.

선생님 90년 전에는 어린이라는 말이 없었어요.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 아이들을 높여 부르는 말로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 널리 퍼트리고 싶어 하셨고, 그래서 처음 잡지 이름도 『어린이』라고 붙인 거예요. 『어린이』잡지가 처음에는 30부도 안 팔렸는데, 10년도 안 돼서 3만 부나 나갔대요. 그 덕분에『어린이』라는 말도 널리 퍼지게 된 거예요.

1923년 방정환이 창간한 어린이 잡지 『어린이』에 동요 ‘반달‘이 실렸다.

개똥이 『어린이』가 그렇게 재미있었나요?

선생님 지금 읽어도 재미있고 좋은 내용이 많아요. 역사, 인물, 과학, 지리, 동식물 이야기, 동화, 노래, 극본, 옛이야기, 우스운 이야기, 수수께끼, 만화, 사진소설처럼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이야기를 실었어요. 그리고 전국에서 보내온 어린이들 사진과 글을 모아서 실었어요. 그때는 전국이라고 하면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남북한 전체를 말합니다. 지금 연변이나 흑룡강 근처에 사는 어린이들이 보낸 글도 있어요.

개똥이 수수께끼 하나만 들려주세요.

선생님 1923년 7월호에 실린 수수께끼인데, 깎을수록 커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개똥이 에이 너무 쉬워요. ‘구멍’이요!

선생님 쉬우면서도 사물 특성을 생각하게 하는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많이 실었어요.

개똥이 그럼, 『어린이』지가 지금도 나오나요?

선생님 『어린이』잡지는 1934년까지 나오다 일제가 강제로 못 만들게 했어요. 우리 겨레 어린이들이 좋은 잡지를 읽는 게 무섭고 싫었던 거지요. 그 뒤로 우리 겨레가 해방되고 나서 어린이를 위한 여러 잡지가 나왔어요. 『어린이 나라』『소년』『학원』『진달래』『어깨동무』같은 잡지들이에요. 2000년대부터 『고래가 그랬어』『개똥이네 놀이터』『생각쟁이』같은 좋은 어린이 잡지들이 새로 나왔어요.

개똥이 요즘 새로 나오는 잡지들이 맨 처음 만들었던『어린이』보다 좋은가요?

선생님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한 마디로 더 좋아졌다거나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러나 방정환 선생님이 처음 어린이들한테 잡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마음과 정신은 우리나라 어린이 잡지 역사에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어린이 여러분들이 어린이 잡지를 사랑해주기 바랍니다. 좋은 어린이 잡지가 될 수 있도록 잡지에 대한 여러분 의견이나 생각도 적어서 보내주세요.

오늘날의 다양한 어린이 잡지와 학부모를 위한 잡지들. 보리출판사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개똥이네 놀이터』와 학부모를 위한 『개똥이네 집』을 발행하고 있다. (사진 북하니)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계간『어린이문학』발행인, 어린이 월간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기획․편집위원. 경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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