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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만드는 어린이신문 '여럿이함께' 문화부 회의 현장. 순범(11), 재은(10), 서정(10), 수진(11), 예진(11)
(사진 북하니 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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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어린이신문 ‘여럿이함께’, 작지만 큰 기자들
기획에서 취재, 기사까지 직접…
“‘추리소설’이 왜 갑자기 인기가 있는거지?”
“다음 주까지 애들한테 설문지를 돌려볼게.”
다섯 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탁자 너머로 의견과 눈빛을 주고받다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여기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청소년언론문화단체 ‘여럿이함께’ 사무실, 문화부 기자들의 기획회의 현장입니다. 5월호에서 학교마다 불처럼 번지고 있는 ‘어린이 추리소설’ 열풍에 관해 다룰 예정인데 아직 묘안이 없습니다.
서정이와 재은이가 수첩을 펼치고 설문지를 정리하는 동안 예진이는 연재중인 ‘상추씨 일지’ 촬영을 하려고 카메라를 꺼냅니다. 승범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부팅 버튼을 누르고 수진이는 지난 스크랩 자료를 펼칩니다.
학교도 학년도 다른 이들 다섯 명은 매주 한 번 사무실에서 만나 머리를 맞댑니다. 월간으로 발행하는 어린이신문 <여럿이함께> 기사를 준비합니다. 네 번의 모임 동안 다음달의 이슈를 찾고 분담해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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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꼬마기자들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한 시사주간지의 ‘기적의 책꽂이 프로젝트‘와 한 일간지의 ’착한시민 프로젝트‘ 취재단에 참여했습니다. 제주도 ’강정마을’ 등의 사회적 이슈는 어린이 독자들의 투고를 받으며 참여를 독려합니다. ‘장애인 인형’을 만드는 선생님을 만났던 문화팀의 기사는 고양시의 한 일간지에도 인용될 정도로 ‘신뢰 받는 언론’으로 자리 잡았죠. 먼 거리를 취재할 때는 부모님이 동행하지만 어디까지나 ‘운반’의 역할에 머뭅니다. 기획, 섭외부터 취재, 원고 작성까지 모두 아이들의 몫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뒷이야기도 깨알 같습니다.
서정이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6개월 동안의 수습 기간을 단숨에 표현했습니다. “매일매일 신문기사 스크랩 하는 게 힘들었어요. 학교가 늦게 끝나면 학원차 타고 가는 중에 오리고 붙이고 쓰느라 늘 가위와 풀, 신문을 들고 다녔거든요.” 첫 만남은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보리출판사’의 편집자 분이었는데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답니다.
예진이는 장애복지시설을 찾았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농아인이자 수화번역가였던 선생님을 만났는데, 장애우를 대하는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 후 우리 신문에 ‘수화 코너’를 새로 싣게 되었다는 점이 자랑스러워요.” 승범이는 홍대 인근에서 작업하는 캘리그라피 예술가를 만났던 이 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작업실 분위기에 압도되었다’고 수줍게 털어놓습니다.
이토록 내공이 촘촘한 이들에게 늘 괴로운 한 가지는 ‘취재 요청 전화하기’랍니다. 활동한 지 이 년이 넘었는데도 그때마다 가슴이 쿵쾅쿵쾅거린답니다. 수화기 저쪽에서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니!”라며 호통치거나 장난전화인줄 알고 퉁명스럽게 끊으면 마음 한구석이 허탈하답니다.
수진이가 씩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비록 어린이지만 진지하게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전화를 하면 ‘아~ 여럿이함께신문이에요? 저를 취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아~ 라고 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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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니 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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