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0돌 맞아 희망의 불씨 살리길… 올해는 ‘해방 60돌’이 되는 해다. 남북 문제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듯이, 언제나 우리 사회의 중요의 화두였다. 올해는 더욱더 이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될 듯하다. 연초부터 뜨거운 쟁점이 떠올랐다. 최근 한-일 협정 청구권 문서 공개는 어두운 한국사의 수많은 희생자들의 눈물이 아직도 제대로 닦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식민지 경험을 겪고 분단된 사회에 살면서 한국 현대사를, 그리고 특히 북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싶었고, 왜곡되지 않은 시각을 갖고 싶었다. 그러하기에 이 문제는 책을 내는 일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이기는 하지만, 김하영씨의 책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기성 관점에서 벗어난 매우 색다른 시각을 접하게 됐다. ‘국제주의’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고, 북한을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고 말하는 주장하는 저자의 글 하나 하나에는 생소하지만 강한 설득력과 진지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저자의 지명도나 독특한 시각,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이 과연 얼마나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큰 고민이었다. 참신함이 갖는 도전 정신이 ‘시장’이라는 엄연한 현실에서 무참히 꺾여 나가는 것을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 책을 준비하고 있을 즈음에 서해교전이 일어나고 주한미군의 장갑차로 여중생 두 명이 희생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중생처럼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의 실생활과 너무나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
|
||||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발하게 됐다. 한국 현대사나 북한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북한을 악마로 만드는 보수적 관점과 북한을 대안 사회로 보는 관점, 이 두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적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들의 책들도 옛 소련이나 북한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는 옛 소련의 붕괴 이후 자라온, 남도 북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좌파의 입장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거의 모든 좌파계 학자들은 신탁통치를 합의한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이 언론을 통해 잘못 전달돼 처음부터 사태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이 회의 결정의 핵심이 임시정부 수립이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소련도 신탁통치에 결코 반대하지 않았다. 따라서 신탁통치 반대를 곧 ‘반공’으로 몰아붙이는 오늘날의 좌파계 학자들의 주장은 민중의 자생적인 신탁통치 반대 움직임을 거스르고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히려 민중은 본능적으로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라”라고 외쳤다. 이렇듯 이 책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둔 국제주의 시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남한보다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는, 똑같이 착취와 억압으로 얼룩진 사회이기에 진정한 대안은 남북한 노동자들의 연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해방 전후의 사건뿐 아니라 한반도 전쟁 위기, 미국과 북한의 관계, 주체사상, 햇볕 정책 등 초미의 쟁점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비록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해방 ‘60돌’을 맞이해 활발하게 전개될 현대사와 남북 문제 논쟁들에서 이 책이 작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다시 한 번 새겨 본다. 최수진/책갈피 대표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