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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3 15:10 수정 : 2012.11.23 15:21

남산 등산길에 다람쥐문고에 머문 사람들이 책을 뒤척이고 있다.

건축가 이수근은 ‘손닿는 모든 곳에 책이 있는 집’을 꿈꾸었다.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타인의 집도 욕심냈다. 모든 집에 크고 작은도서관을 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소도서관’ 아이디어는 그렇게 나왔다. 화장실에 가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도서관을 만들기에 최적의 공간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언제 어디서나 삶을 펼쳐볼 수 있는 ‘작은도서관’이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걸어서 1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작은도서관’ 건립이 올해 이슈로 떠오르면서, 마을은 물론 산과 숲, 공원과 호수가에도 어김없이 책공간이 생겨났다. 서울시에서 설치한 남산, 관악산, 북한산 등의 ‘작은도서관’은 등산객을 유혹하고, 11곳 공원에 설치한 25개 무인책장은 산책객에게 책의 향기를 내뿜었다. 자연 속으로 스며들고 거리로 외출한 책의 집을 찾아, 우리 곁의 작은도서관을 돌아본다. 전현주 북하니에디터 bookhani@hani.co.kr  

 

서울 용산구 후암동 남산도서관 앞 숲 속에는 ‘다람쥐문고’가 있다. 시인 김소월의 이름을 딴 소월길 길목에 터를 잡았다. 2013년 3월까지 노후시설수리를 위해 휴관에 들어간 남산도서관을 대신해 지역주민 및 방문객들의 호응이 크다. 헤드폰을 낀 채 앉아 있는 젊은이, 책을 뒤척이는 학생들, 산을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뒤섞인 풍경이다. 날씨가 맑으면 하루 평균 100여 명 이상이 방문한다. 지난 2010년 여름,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 때 뽑히고 부러진 숲의 고목으로 서가를 만들었다.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 서가와 테이블을 제작하고 남산도서관이 500여 권을 기증했다.

 

사계절 남산을 오르내린다는 인근 주민 이현경씨(52)는 “이곳은 멋과 맛이 있는 도서관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숲의 풍경에 머물러 사색하는 멋이 있다. 청량한 공기 속에서 책 읽는 맛은 일품“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업무 차 한국에 들렀다는 미즈호(28)도 마찬가지다. ”남산타워는 몇 번 와봤는데 야외 도서관은 처음이다. 차분해서 좋다.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중고등학생들도 눈에 많이 보이는데 갑갑한 공간에서 억지로 책을 읽는 것보다 책 읽기의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좋지 않겠는가“라며 호평했다.

 

고목을 재활용한 서가에 둘러 앉아 책을 펴보는 고등학생들

서울 신림동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는 ‘관악산 시 도서관’이 있다. 지난 2005년 매표소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국내외 시집 4000여 권을 갖췄다. 10평 남짓한 공간, 14개의 소박한 좌석이지만 주말에는 100명이 넘는 등산객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대출이 가능해서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기 전에 시집을 빌려 갔다가 시심이 가득한 발걸음으로 반납한다.

 

둘레길과 연결된 성북구 정릉동 북한산 등산로에는 성북생태체험관 뒤편과 북한산 자락길 산책로, 만남의 광장 정자 등 모두 3군데에 책장이 있다. 삼림욕 효과가 좋은 잣나무 숲 속에 평상과 해먹이 있어 인기가 높다. 한강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광진구 아차산의 ‘숲 속 새참도서방’도 책과 함께 자연을 즐기고 싶어 하는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북악산 하늘 길에 설치된 숲속도서관도 200여 권의 책과 좌석을 갖추고 있어 성곽길을 배경으로 사색에 잠기기 좋다.

글/사진 전현주 북하니에디터 bookh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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