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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겠구나.” “<고래가 그랬어>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것은 2002년 봄 김규항씨를 만나 ‘함께 하자’는 제안을 들은 뒤였고,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겠구나’ 싶어 이후 본격적 창간준비에 들어가 2003년 10월 첫호를 냈죠. <튼튼영어> 고 박명신 대표가 창간기금과 1년간 운영비 지원을 약속했지만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어려웠어요.” 어떤 일이든 ‘돈’ 없이 ‘의욕’만으로 무엇인가를 추진한다는 것처럼 무모한 일은 없다지만, 조 대표는 ‘무모함’을 선택했다. 그는 1년 정도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력으로 해결하겠다?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텨왔고, 이제야 수입과 지출이 어느 정도 끼워 맞춰져 ‘한숨 돌릴’ 짬을 찾았다. 때문에 지금까지 그는 잡지를 질적으로 풍부하게 만드는 고민 외에 회사운영을 위해서도 몸을 던져야 했다. 그렇다고 그가 해야 할 고유의 ‘역할’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고래가 그랬어>를 펼쳐들면 인권, 노동, 미디어 비판, 역사 등 진보적인 교양을 만화와 글쓰기라는 다양한 형식을 통해 다룬 것이 눈에 띈다. 이제껏 한국에서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고 있는 ‘뚝딱뚝딱 인권짓기(인권짓기)’와 ‘태일이’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코너가 안착되자마자 ‘고래소녀 만덕(만덕)’과 ‘우리 위인들의 다른 이야기(위인~)’ 코너를 새롭게 선보였다. ‘인권짓기’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아동인권을 왕따, 학교폭력, 자살 등 아이들의 생활과 접목해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만덕의 여성경제인의 전기를 다룬 ‘만덕’과 ‘위인~’은 본격적인 역사물이다. 조만간 ‘불한당들의 세계사’(역사)와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학꼭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인권과 생태 분야는 어느 정도 안착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역사와 과학 분야를 본격적으로 다뤄보려고요. 역사 속에서 악당의 의미, 과학발달과 사회적 약자와의 함수관계 등을 일깨워주고 싶어요. 과학이 발달되어도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삶은 변화가 없다는 것, 그런 것 말예요.” ‘과학발달과 사회적 약자와의 함수관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달나라에 우주선을 띄워도, 황우석 교수에게 200만원을 지원해도 지하철 사고로 장애인이 추락해 죽잖아요. 몇 사람을 위한 과학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결국 과학도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 개선이나 복지를 위해 쓰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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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어린이 만화교양지 표방” <고래가 그랬어>가 표방하는 진보는 일명 ‘B급 좌파’다. 현 사회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이 독자인 어린이 손에 들어가기 전에 어른의 손을 거친다는 점에서 어른의 10%만이 <고래가 그랬어>를 접할 것이고, 이런 논리라면 <고래가 그랬어>를 지지하는 층은 10%를 넘을 수 없다. “‘B급 좌파’가 대중지를 냈다면 불리했겠지만,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아요. <고래가 그랬어>가 현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90%의 공감대를 얻는다면, 그만큼 ‘행복한 세상’이 됐다는 뜻이고 <고래가 그랬어>가 나올 이유도 없었겠죠.” ‘소박한 진보’. 조 대표가 <고래가 그랬어>에서 담고 싶은 이야기다. “사회를 비판하는 소위 의식 있는 부모조차도 자신의 아이들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잖아요. 자식을 경제적으로 성공한 좌파로 만들고 싶지, 가난한 노동자로 만들고자 하는 부모는 없으니까요. 결국 좌파 엘리트가 되라는 것인데, 이것 역시 ‘경쟁’논리에 아이들을 가두는 꼴이 되죠. 학교성적이든 뭐든 양보하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죠.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고래가 그랬어>에서.” ‘경쟁’보다는 ‘인간’을 존중하고, 이웃과 동무를 배려하는 마음.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하 내 것의 일부를 내놓을 수 있는 여유… “아이들이 사회 전반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잘못된 것을 느끼고, 깨닫고 자라야 나중에라도 이 사회가 나아지지 않겠어요? 그것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고요.” 이 때문인지 <고래가 그랬어> 역시 기존의 ‘주입식’ 위주라는 비판을 듣곤 한다. “잡지라는 매체의 한계죠. 쌍방향 소통이 불가능한 매체니까요. 텔레비전이나 교과서조차도 주입식을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다만, <고래~>가 주입하는 내용과 기존의 교과서가 주입하는 내용이 다르니까, 그 안에서 아이들이 판단의 근거를 찾는 것으로 의미를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고래가 그랬어>가 담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물어봐요. 재밌고 신선하니까요.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고래는 먼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반면 우리는 육지에 살고 있고. ‘꿈’, ‘희망’을 상징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기대 이상의 호응, 더 좋은 잡지 만들겠다!” %%990004%% 그렇다고 <고래가 그랬어>가 ‘편향된’ 잡지는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 과학상식을 다룬 ‘신세기 소년 파브르’, 아이들의 생활을 다룬 ‘을식이는 재수없어’, 따뜻한 유머를 제공한 ‘누리네.fun’ 등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다양한 인권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우리끼리 도란도란’, 교양만화 ‘수학의 가치와 그 효용성’, ‘너 텔레비전 끌 줄 알아’ 등도 다양한 형식의 만화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코너는 12호까지 별책부록으로 나갔던 ‘사계절 생태놀이’. 생태에 대한 지식을 놀이와 접목해 알려주는 내용이었는데, 지금은 필자 사정으로 쉬고 있는 상태. 조만간 다시 연재할 생각이다. <고래가 그랬어>를 접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그가 소개한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햄버거가 좋지 않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어요. 요즘은 학교에서 잔치하면 햄버거 돌리는 것이 유행인데, 어머니가 아이의 생일을 맞아 햄버거를 반 아이들에게 돌렸대요. 그렇데 아이들이 ‘안먹겠다’고. <고래야 그랬어>를 보고 말예요.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신기했다고.” “한 학부모가 전화를 했어요. 아이의 일기장을 보니,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꼰대, ~놈, 새끼, ‘죽이고 싶다’ 등의 용어를 쓰더라고요. 그런데 <고래가 그랬어>를 6개월 정도 본 뒤부터는 그런 험한 말이 일기장에 오르지 않더라고요. 친구들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서 인지, 대화도 많아졌다고요.” 이러한 독자들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그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 정기구독 위주로 월 3천여 부가 나가지만,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 없이 ‘입소문’으로만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 사실일 뿐이다. 현재 <고래가 그랬어>는 홈페이지(www.goraeya.com)를 개편 중이다. 토론방을 통한 아이들의 소통공간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때문에 <고래가 그랬어>를 통해 아이들이 ‘떳떳하게’ 사회의 주인으로 자라, 자신과 ‘남’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래(꿈, 희망)’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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