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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8 18:23 수정 : 2005.01.28 18:23

유러피언 드림

어느 시대에나 한 시대를 지배하는 ‘꿈’이 있다. 그 꿈은 성공론의 모델이자 가치관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은 결코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세상의 틀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꿈도 바뀌게 된다.

지금 세상을 지배하는 꿈은 단연 미국의 꿈, ‘아메리칸 드림’이다.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면서 미국 성공신화의 골간인 아메리칸 드림도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이 아메리칸 드림이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이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네트워크 혁명이 산업에서 노동을 없애는 ‘노동의 종말’과 물리적인 재산 소유의 개념을 바꾸는 ‘소유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고 예측했던 리프킨은 이제 네트워크 시대가 그 특성에 맞춰 세계인의 가치관과 목표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유럽이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꿈, ‘유러피언 드림’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책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세밀하게 파고들어간다. 그가 보기에 미국과 유럽은 ‘자유’와 ‘안전’에 대해 판이한 시각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자유로움을 ‘자율’과 연관짓는다. 그래서 자주적이고 스스로 고립된 하나의 섬이 되었을 때 자유로워진다고 본다. 곧 부유해져야 이런 ‘안전한 배타성’이 생긴다는 믿는다. 반면 유럽은 자유가 자율보다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보장받는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더욱 많은 상호관계와 그 속에서 생겨나는 포괄성을 통해 안전해진다는 견해를 지녔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은 경제성장, 개인의 부, 독립을 중시하며 근로윤리를 높이 산다는 것이다.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상호의존을 중시한다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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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은 그동안 아메리칸 드림의 힘을 작용했던 자수성가 신화와 개척정신이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로 퇴색했고, 개인주의도 이기주의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아메리칸 드림 특유의 배타성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글로벌 시대에는 특히 맞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유러피언 드림’이 유럽연합으로 뭉친 유럽의 변화속에서 지금 새롭게 주조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논지를 꼼꼼하고 세밀하게 근거를 제시하는 특유의 논법으로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한 유럽의 경제력, 자연을 미국처럼 정복 대상이 아니라 생명공동체로 보는 유럽의 과학계몽주의, 수소프로젝트 같은 획기적 시도 등이 그가 보기에 유럽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한 증거들이다.

그러나 리프킨은 지금 막 선보이고 있는 유러피언 드림이 진정 세계를 주도할 가치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유럽이 당면한 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높아져야 하며, 유럽으로 몰려드는 이민의 물결속에서 인종과 종교 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메리칸 드림의 장점인 ‘개인적 책임의식’ 같은 요소를 받아들여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의 진정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 이뤄질 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세계적 패러다임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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