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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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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역사인류학자인 리하르트 반 뒬멘의 주장은 엉뚱하다. “지금까지 역사학은 개인이라는 의식이 정착되는 과정을 주요 문제로 다룬 적이 없다.”
이게 무슨 소린가. 지금까지 근대 유럽을 다룬 숱한 역사서들은 무엇인가. 반 뒬멘은 <개인의 발견>을 통해 답한다. “국가구조의 형성, 시장관계의 확장 등 근대를 형성한 보편적 조건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제자료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까지 이뤄진 적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실제자료’란 바로 무수한 개인, 그 자체에 대한 연구다. 이 대목에 이르러 독자들은 이 책이 또하나의 미시사 서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근대라는 구조를 ‘개인’의 일상을 통해 읽어내려는 노력이 여기에 담겨 있다.
먼저 반 뒬멘은 자서전, 자화상, 일기, 편지 등에 주목한다. 인문주의자 몽테뉴의 내밀한 사적 기록인 <엣세>를 비롯해 중세와 근대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개인 기록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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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독특한 것은 ‘개인의 등장’에 대한 기독교와 국가의 기여를 밝힌 대목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중세 기독교는 처음부터 개인을 상대로 이야기하며 개인적 결정을 요구하는 종교”였고, 이러한 “종교적 개인주의의 당연한 귀결이 바로 종교개혁”이다. 그래서 개인의 등장을 추적하려면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근대적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찰도 비슷한 맥락이다. “(근대)국가는 중세보다 더 많은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개인의) 독자적 행동을 제한했지만, 동시에 자기발견과 자기통제를 활성화해 개인의 새로운 행동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지은이는 “근대국가의 통제행위가 개인의 해방과정을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범죄자들에게 자기변호의 의무를 ‘강요’했던 근대의 법정제도도 개인의 자기발견에 기여한 중요한 장치였다.
이런 통찰을 해부학·골상학·심리학의 등장과 이를 포괄하는 인류학의 발전을 살피는 데까지 확장하며 개인의 영역을 파고든 반 뒬멘의 연구는 경탄할 만하다. 국내에 소개된 다른 일상사·미시사 관련 서적에 비해 아기자기한 ‘재미’가 떨어지는 게 옥에 티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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