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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마음 비우기>엔 돌을 채집하는 이가 깨달은 철리가 은은하다. 유달리 모은 돌에 집착하던 이가 어느 날부터 산수경석마저 지인들에게 건네는 데 인색하지 않다. 지적 허세거니 그의 마음을 떠보는 문답이 오고가자 답은 이러했다. “쓸만한 돌을 만난 즐거움만 지니고 오면 그만.” 돌도 본디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미 제 마음이 먼저 자리를 찾았다. “어차피 좋은 돌을 만나기는 틀렸어. 좋은 돌 나쁜 돌 보이질 않거든. 돌은 그저 다 같은 돌일 뿐….”
두 글이 그 중 길다. 예술의 알살을 들추는 일이기에 그러리라. <나들이 하는 그림>은 대향 이중섭의 담뱃갑 은박지에 송곳으로 긁어 그린 선화(線畵)가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가난에서 비롯됐음을 담박하게 전한다. <꽃동네의 합창>은 애국가만큼 유명한 ‘고향의 봄’을 작곡했는데도 남루한 삶을 사는 이수원 선생의 참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보여준다. 한국화를 그리는 김선두(47)씨의 삽입 그림도 돋보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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