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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8 19:28 수정 : 2005.01.28 19:28

시인 이하석(57)씨가 에세이 <늪을 헤매는 거대한 수레>(세계사 펴냄)를 내놓았다. ‘생태환경기행’이란 부제를 달았다. 사람으로 인해 헐은 자연을 풍경으로 삼은 것이다. 유마거사처럼 함께 아파하면 이들의 생채기도 치유되는 것일까. 상처를 앓아온 다른 시인들의 시를 함께 책에 실었다.

우포늪을 들른 작가는 “경계와 불편의 시선을 보내는 늪의 눈을 의식”한다. “토막난 습지의 자락들은 서서히 말라죽어”가고, “산과 들로 이어지던 무수한 생명의 길을 잘라버린 우뚝한 길”(30쪽)을 본 탓이다. 기실 “바닥까지 간 돌은 상처와 같아/곧 진흙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섞이게”(이윤학, <저수지> 일부)되는 양 저들은 남의 상처까지 제 것으로 안을 만큼 생때같은 줄로만 알아왔다. 당연히 변산반도에서 군산항 바로 밑까지 거대한 바다가 묻히고 있는 새만금에서 시인은 기신댄다. “농부의 밭이 숲을 이루고/어부는 어선을 버린다/빌어먹을, 새만금 공사만 한창이다”(박영희, <변산 가는 길>)

여름 문경의 주흘산, 김의털(풀의 일종)이 덮은 숲길은 요염하다. 하지만 그곳에 닿기 전 산 아래 위락 시설을 지나야할 지도 모른다. 한낱 수목이 외려 산을 호령할 듯 본치가 당당했던 주왕산 속 주산지(호수)의 왕버들도 이제는 많이 늙었다. 안도와 불안은 쉬지 않고 교차한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의 시에서 따왔다. “시인은 고독하다. 늪을 헤매는/거대한 수레로 시인은 산다.”늪은 곧 이씨의 모든 서식처를 말하는 듯, 그리곤 직접 노래한다. “댐막으면/마지막 남은,/상처없이 밝은 이 고요/없어지겠네. 아리랑!”(<동강아리랑>)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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