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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소설집 ‘사막에서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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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에 걸린 팔십대 노인 청양댁(〈사막에서 사는 법 6〉), 비굴한 것보다 외려 악한 게 낫다며 아내를 때리는 ‘삼촌’(〈사막에서 사는 법 4〉) 등 9편에서 주인공의 삶은 대개 비루하다. 하지만 현실을 빗댄 ‘사막’이 단순히 고투하며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모래땅만 뜻하는 거라면 글은 흔하고 재미없다. 덧붙여, 사막은 금세 잡힐 듯 신기루가 아른거리는 공간임을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즉 지은이는 희망과 낙망이 뒤섞인 이중적 현실을 직시하되, 그로 인한 인생의 허무보다 유희에 무게를 두어 삶의 의지를 다독댄다.
한 주부는 여행간 남편이 바람필 것을 의심해 과외 학생을 통해 미행하면서도 결국엔 남편의 건강을 염려한다. 늘그막에 한 집에 살며 밤낮없이 다투던 본처와 후처가 따로 살게 된 뒤 오가는 전화는 비뚜름하지만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있다. 이런 이중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이 하나같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자못 위험스럽기도 하다. 작중 한 남성은 “세상의 모든 관계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지친 끝에 만나게 되는 신기루일 뿐. 차라리 홀로 가리라. 서로에게 부대끼며 괴로워하는 일 없이…”라고까지 외치질 않는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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