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디저트 이야기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김보통 지음/한겨레출판·1만4800원

‘핫초코, 티라미수, 아이스크림, 도넛, 푸딩….’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이름들이다. 디저트는 ‘식사를 마치고 식탁 위를 치우다’(desservir la table)라는 프랑스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밥을 배불리 먹고 나서도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적은 비용으로 ‘작은 사치’를 부릴 수 있는 디저트는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다.

만화가이자 수필가인 저자는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에서 어린 시절부터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먹어온 디저트 40가지와 함께 디저트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추운 겨울 이모가 직접 만든 복숭아 조림을 입에 넣는 순간 느꼈던 달콤함과 따뜻함, 심심한 맛에 수더분한 모습과 달리 만드는 과정이 꽤 복잡한 베이글을 직접 구우며 무기력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 작가에게 디저트는 언제나 옆에서 위로를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 엿, 뽑기, 번데기, 떡볶이, 쌍화탕, 군대에서 먹은 초코파이 등 ‘한국형 디저트’에 얽힌 추억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도넛편에서는 작가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도넛을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다른 맛의 도넛일 뿐, 어떤 맛이 더 우월한가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섭취한 칼로리만큼 살아내면 된다.”

작가의 글이 잘 차려진 밥상이라면 중간중간 침을 고이게 하는 그림은 마치 디저트 같다. 꼭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평소 좋아하거나 먹고 싶었던 디저트부터 한 편씩 꺼내보길 추천한다.

김소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