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 잭슨 지음, 성문영 옮김/엘릭시르(2014) [강화길 추천 공포소설] 나는 여름에 명절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온 친척들이 모이고,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면, 분명 이 뜨거운 계절을 보내는 것의 의미가 한층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짐작건대, 그렇게 된다면 호러 소설이 조금 더 흥하지 않을까. 셜리 잭슨 같은 작가의 책 말이다. 내 추측에 셜리 잭슨은 가족들이 서로를 증오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던 것 같다. 실제로 이 작가가 그랬을 것 같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 감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녀의 소설에는 증오의 감정이 가득하다. 미움과 절망, 질투와 슬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 그 두려움에서 기인한 감정.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마을 사람들이 사이 좋게 모여 죽일 사람을 골라내는 제비뽑기를 한다.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가까웠던 친구가 갑자기 나를 부담스러워하고 모른 척한다. 또 무슨 이야기가 있더라. 그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가 있다. 주인공 메리캣은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미워했다.” 왜냐하면 ‘우리’ 중 한 명인 메리캣의 언니 콘스탄스가 자신의 가족을 모두 독살했기 때문이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줄리언 삼촌과 화자인 메리캣만 살아남았다. 언니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녀가 온 식구를 다 죽였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살아남은 블랙우드 식구들을 비웃고, 조롱하고, 두려워한다. 그들은 정말로 두려워한다. 왜일까. 어린 여자가 온 식구를 다 죽이고도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니면 그 아이가 그 집안의 모든 식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매일 매일이 명절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서? 어쨌든,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메리캣은 악의 가득한 증오를 품고 있다. 그녀는 어떤 가책도 없이 이렇게 생각한다. ‘어느 날 아침 식료품점에 들어왔다가 저들 모두가, 심지어 가게 주인인 앨버트 부부와 그 집 아이들까지도 전부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럼 나는 식료품점에서 맘껏 장을 봐야지. 시체를 사뿐히 넘어가서 선반 위에서 원하는 건 뭐든 집어 든 다음, 혹시 아직 거기 누워 있다면 도널 부인을 한 대 차 주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소설가 강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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