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준 지음/김영사·1만3800원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공동체를 위해 일하니 작은 의미라도 찾을 수 있을 거다. 어디 가서 공무원이라고 하면 으스대진 못해도 무시당하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응준이 고해성사하듯 털어놓은 ‘공무원이 된 이유’다. 이런 막연한 낙관을 오아시스 삼아 퍽퍽한 공시생 기간을 거친 저자는 공직에 발을 내딛자마자 그건 신기루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상사의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서 줄 간격과 띄어쓰기를 무한 수정해야 하는 비효율, 정장이든 등산복이든 색깔은 무조건 다크 초콜릿 톤으로 통일해야만 하는 몰개성, 모든 조직원의 목표는 오직 ‘승진’뿐이라고 단정해버리는 조직문화의 천박함에 저자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다. 1987년생, 공무원 4년 차인 저자가 특히 매섭게 비판하는 지점은 공무원 인사제도다. “성과 보상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조직에는 특징이 있다. 조직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새로운 일부터 벌이고 보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부서장이 새로 부임하면 ‘5대 사업 추진전략’, ‘○○사업계획’이 남발되는데,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사람이 더 빨리 바뀌니 결과적으로 정책 연속성이 뚝뚝 끊어지게 되고, 이는 국정 낭비로 이어진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말한다. 공무원에게 진짜 필요한 고민은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지’라고. ‘영혼이 없다’고 힐난 받곤 하는 공무원의 영혼을 펼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그러나 그 영혼에 노오란 희망보단 초콜릿색 체념이 더 많이 담긴 것 같아 뒷맛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책 |
‘영혼 없는 공무원’ 영혼을 펼쳐 보이다 |
김응준 지음/김영사·1만3800원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공동체를 위해 일하니 작은 의미라도 찾을 수 있을 거다. 어디 가서 공무원이라고 하면 으스대진 못해도 무시당하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응준이 고해성사하듯 털어놓은 ‘공무원이 된 이유’다. 이런 막연한 낙관을 오아시스 삼아 퍽퍽한 공시생 기간을 거친 저자는 공직에 발을 내딛자마자 그건 신기루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상사의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서 줄 간격과 띄어쓰기를 무한 수정해야 하는 비효율, 정장이든 등산복이든 색깔은 무조건 다크 초콜릿 톤으로 통일해야만 하는 몰개성, 모든 조직원의 목표는 오직 ‘승진’뿐이라고 단정해버리는 조직문화의 천박함에 저자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다. 1987년생, 공무원 4년 차인 저자가 특히 매섭게 비판하는 지점은 공무원 인사제도다. “성과 보상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조직에는 특징이 있다. 조직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새로운 일부터 벌이고 보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부서장이 새로 부임하면 ‘5대 사업 추진전략’, ‘○○사업계획’이 남발되는데,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사람이 더 빨리 바뀌니 결과적으로 정책 연속성이 뚝뚝 끊어지게 되고, 이는 국정 낭비로 이어진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말한다. 공무원에게 진짜 필요한 고민은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지’라고. ‘영혼이 없다’고 힐난 받곤 하는 공무원의 영혼을 펼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그러나 그 영혼에 노오란 희망보단 초콜릿색 체념이 더 많이 담긴 것 같아 뒷맛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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