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3 11:53
수정 : 2019.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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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고은주 작가에게 보낸 편지. 고은주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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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작가, 페이스북에 편지·사진 공개
“‘광야’와 육사는 내가 좋아하는 시와 시인”
“육사의 의열단 활동도 담겨 있어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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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고은주 작가에게 보낸 편지. 고은주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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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항일 시인 이육사의 삶을 다룬 소설 <그 남자 264>를 읽고 작가 고은주씨에게 독후감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고은주씨는 12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 책 잘 읽었다고 내게 편지까지 써주셨다는” 연락을 김영배 민정비서관으로부터 받고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편지를 전달 받았다며 편지 원본 등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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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남자 264>의 고은주 작가(오른쪽)가 12일 오후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김영배 민정비서관(왼쪽)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전달 받고 있다. 고은주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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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치로 된 편지에서 문 대통령은 “육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고, 특히 그의 시 ‘광야’를 매우 좋아합니다”라며 “소설 내용처럼 저 역시 지금까지 당연히 넓을 광의 ‘광야’일 것으로 여겨 오다가, 빌 광의 ‘광야’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그 의미가 절실하게 다가옵니다”라고 밝혔다. <그 남자 264>에서 작가는 육사의 대표 시 가운데 한 편인 ‘광야’가 흔히 짐작하는 ‘넓을 광’(廣)이 아닌 ‘빌 광’(曠)이라는 점에서 만주 벌판이 아니라 일제에 빼앗긴 고향 들판을 가리킨다는 역사학자 도진순 창원대 교수의 해석을 적극 수용했다.(
<한겨레>7월19일치 ‘책과생각’ 섹션 4면)
문 대통령은 또 편지에서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 합류한 김원봉의 조선의용대를 말한 이후 논란을 보면서 이육사 시인도 의열단이었다고 주변에 말하곤 했는데, 소설에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어 기뻤습니다”라고 썼다.
고은주씨는 1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육사가 살았던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다음달 이육사기념관이 완공되는데, 육사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께서 기념관 건립에 도움을 준 김영배 비서관(전 성북구청장)에게 <그 남자 264> 한 권을 보내 드리라고 하셨다”며 “발송 작업을 하면서 청와대 1번지를 쓰던 중 문득 대통령께도 이 책을 보내드리고 싶어 함께 보냈지만, 바쁜 시국에 대통령이 책 읽을 틈은 없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지난주 김영배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대통령께서 책을 읽었고 내게 편지까지 써 주셨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여러 독자들로부터 여러 형태의 독후감을 받았지만, 이 편지는 특히 내게 오래도록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은주씨는 “지금은 워낙 힘든 시기인데 대통령께서 육사의 삶에서는 용기를, 그의 시에서는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며 “김원봉 논란으로 속상하셨을 대통령께 내 책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제 통치를 미화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수상쩍은 시기에 대통령의 독후감 덕분에 올바른 역사관을 지닌 책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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