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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4 19:07 수정 : 2005.02.04 19:07

코스모스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는, 아니 과학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지금의 30대 이상들은 칼 세이건(1934~1996)이란 이름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지난 80년대, 한국인들은 이 말끔한 외모의 과학자를 <코스모스>라는 같은 이름의 텔레비전 화면과 책으로 동시에 만났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코스모스>는 당시 전세계 인구의 3%에 이르는 1억4000만명이 시청했고, 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바탕으로 칼 세이건이 쓴 책 <코스모스>는 더욱 폭넓은 인기를 누리며 과학교양서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81년 학원사에서 펴낸 <코스모스>의 인기는 대단했는데, 절판되는 바람에 한동안 시중에서 만날 수 없었다. 우주과학책의 대명사가 된 이 책이 서울대 천문학과 홍승수 교수의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됐다. 예전 판에서 빠졌던 사진들이 추가되고 흑백 이미지가 원색도판으로 바뀌면서 볼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고 그 사이 수많은 과학의 진전이 있었지만 <코스모스>의 매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은 듯 하다. 대중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칼 세이건 특유의 문체는 온갖 과학지식과 인문학적 상식을 종횡으로 엮어 우주라는 거대한 주제를 명쾌하면서도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떠먹여주고 있다. 시시콜콜할 정도로 오래되거나 전문적으로 보이는 소재들을 간결한 설명과 적절한 비유로 풀어내 500쪽이 넘는 두께에 대한 부담을 잊게 만든다.

책을 관통하는 것은 ‘우주적 관점에서 보는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다. 그 의문은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라고 서문에서 세이건이 밝힌 대답으로 도돌이표 지시에 따르듯 저절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간은 가늠할 길 없는 우주라는 무한공간의 부속일 수 밖에 없으며, 그래서 우주에 대해 알려고 하도록 프로그램되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곧 우주를 알아가는 것은 인류 필연의 과정이자 필수적인 일이라고 세이건은 강조한다. “인류라는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오늘 코스모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로 나아가는 변두리 바닷가인 지구 표면에서 시작하는 세이건의 우주 답사는 번잡한 세상사를 떠나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차원의 세계를 주유한다. 인간에서 지구로, 지구에서 태양계 행성들로, 그리고 은하수로, 그리고 미래와 우주 생명의 가능성을 돌아본 뒤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이 여정을 통해 세이건은 인류가 무한한 우주속에서 그만큼 미세하고 나약한 존재임을 새삼 알려주는 동시에 그 이상으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준다.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 막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온 진화의 과정은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변환이었다. 이 지극히 숭고한 전환의 과정을 엿볼 수 잇음은 인류사에서 현대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깨달아야 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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