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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0 05:59 수정 : 2019.09.20 20:26

강 너머 숲에서 소리가 울려옵니다
이우연 글·그림/반달·1만4000원

거친 바람과 비가 그친 날 아이는 어린 코끼리를 만난다. “눈동자는 노랗고 속눈썹은 길”고 “이마는 톡 튀어나온” 코끼리가 무얼 찾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아이는 말한다. “내가 같이 가줄까?” 아이와 코끼리는 친구가 되어 함께 길을 떠난다. 집에서 조금씩 멀어질수록 불안한 마음도 생기지만 든든한 친구와 함께 있기에 새로운 곳으로 한 발짝 내딛는 게 두렵지만은 않다.

풍부한 질감이 손끝에 느껴지는 듯한 그림이 아름다운 <강 너머 숲에서 소리가 울려옵니다>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나 가족만이 온 우주를 차지하던 아이의 세계에 친구라는 존재가 처음 들어올 때의 설렘과 긴장, 행복함과 그리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감정의 결을 간결한 글과 추상과 구상의 중간 어디쯤에 있을 붓 터치에 담았다.

함께 나무 열매를 따먹고 물놀이도 하면서 숲속을 돌아다니던 코끼리와 아이는 건너편 숲속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비라앙 비라아앙 베에에이 베에에이 기이이잉 부르르르.” 아이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코끼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서두르고 거기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코끼리들을 만난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나도 너와 같은 소리로 인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친구를 사귄다는 건 타인을 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낯선 그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귀 기울이는 과정이다. 코끼리의 말로 인사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애틋한 마음 속 우주는 한뼘 더 넓어지고 깊어질 터다. 알록달록 개성 넘치는 코끼리들을 관찰하는 즐거움도 뿌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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