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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0 05:59 수정 : 2019.09.20 20:17

천천히 재생
정석 지음/메디치·1만5000원

뉴타운 광풍이 한국의 정치지형까지 뒤흔든 게 불과 10여년 전이다. 대규모 개발의 허구성과 폐해를 절감하면서 ‘재생’은 한국 도시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물론 한켠에선 신도시 조성방안이 발표되며 여전히 개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지방의 방치된 옛 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절박해지고 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를 생명체로 바라봐야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 다루듯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격적 외과시술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막힌 혈을 뚫어내고 마비된 곳을 주무르며 정성으로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의 삶이 복원되지 않고선 도시의 재생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이 책은 달동네를 아파트촌으로 갈아엎는 주택재개발, 도심지를 초고층 빌딩 숲으로 바꾸는 도심재개발, 저층 저밀 아파트를 고층 고밀로 갈아끼우는 주택재건축 등 ‘재개발 삼총사’가 이끈 한국 도시사를 일별하면서 일본과 한국에서 진행돼온 도시재생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개발 단위를 ‘크게’ 잡고 ‘신’도시를 짓거나 ‘재’개발 삼총사가 종횡무진하는 ‘크신재’ 대신, 필지 단위로 개발 규모를 ‘작’게 만들고 새로 짓지 말고 ‘고’쳐쓰며 도시를 확장시키는 게 아니라 빈 곳을 ‘채’우는 ‘작고채’가 대안이라고 제시한다.

지은이는 딱딱한 도시이론을 설파하지 않는다. 우울증을 겪으며 몸의 아우성을 들었던 경험, 발달장애아를 키우며 느낀 ‘소용 없어 보이는 것의 소중함’, 텃밭에서 누린 즐거움 등을 통해 도시도 인생처럼 ‘차근차근 천천히’ 가꿔야 함을 강조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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