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9.27 06:00 수정 : 2019.09.27 20:27

1790년 베이징-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
신상웅 지음/마음산책·1만6000원

초정 박제가(1750~?)는 <북학의>(공저)를 남긴 조선말 실학파 지식인이다. 세상의 중심이 명에서 청으로, 대륙에서 바다로 이동하던 격변기를 살았다. 수백편의 시문을 남긴 문인이지만, 여러 점의 그림도 전해온다. 그런데 <연평초령의모도>란 그림은 조선의 회화로는 매우 특이하다.

박제가의 1790년 작품으로 알려진 연평초령의모도. 마음산책 제공
쪽빛 염색 미술가 신상웅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기묘하고도 이채로운 그림”에 매혹됐다. 작품 속 서양식 2층 건물은 이슬람 양식이다. 화폭 전체에 원근투시법의 입체감과 음양이 생생하다. 1790년(정조 14년), 초정이 조선 사절단 일원으로 두 차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만난 청의 화가 나빙의 화풍도 묻어난다. 그림의 주인공인 엄마와 어린 아들은 실존 인물이다. 아이는 일본인 엄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뒷날 청에 저항한 명의 장수 정성공.

1790년 박제가가 청나라 베이징에 사절단의 일원으로 갔을 때 청의 화가 나빙이 선물한 박제가의 초상. 마음산책 제공
<1790년 베이징>은 지은이가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10년 넘게, 그림에 얽힌 사연이 뚜렷한 한·중·일 3국의 곳곳을 답사한 기록이다. 서울 남산 자락에서 청계천 광통교를 거쳐 창덕궁까지 박제가의 젊은 시절로 책을 연 뒤, 그의 삶 전체의 흔적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했다.

1790년 박제가가 청나라 베이징에 사절단의 일원으로 갔을 때 만난 청의 화가 나빙이 그린, 연꽃이 핀 호수. 마음산책 제공
“고고한 사람만을 가려 더욱 가까이 지내고 권세 있는 자를 일부러 더 멀리 하였”으며, “사물의 이치를 종합하여 깊고 아득한 세계에 침잠했”던 내면도 드러내 보인다. 추리소설 분위기가 물씬한 인물 평전이자 당대의 예술인들이 국경 없이 연대하며 함께 꿈꾸던 세상의 증언록 같다. 작가의 상상력과 정념까지 보태져, 시처럼 수필처럼 읽히는 인문기행서이기도 하다. 48점의 컬러 도판을 곁들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