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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7 06:00 수정 : 2019.09.27 20:03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1만4800원

천방지축 제멋대로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노인이 돌아왔다. 100살 생일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쳐 온갖 사건과 모험을 겪는 한편, 20세기 세계사의 주요 장면을 섭렵한 100년 생애의 흥미진진한 회고담을 들려주었던 알란 칼손. 세계적으로 1천만부 넘게 팔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이 속편으로 돌아왔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2018년 신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은 <창문 넘어…>(2009)로부터 9년 만에 나온 속편이지만, 두 소설 사이에 알란은 한 살을 더 먹었을 뿐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도 알란의 생일날 벌어진 ‘탈출’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작에서 번 돈으로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유유자적 지내던 알란과 그의 친구 율리우스는 알란의 101살 생일을 맞아 열기구에서 파티를 벌이기로 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열기구는 망망대해에 불시착하고, 두 사람은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북한 화물선의 구조를 받는다. 몰래 농축 우라늄을 싣고 가던 이 배에 실려 평양에 들어간 알란과 율리우스는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는 핵무기 개발 사업에 연루되게 되고, 그로부터 4개 대륙을 종횡하는 모험이 펼쳐진다.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 ⓒGabriella Corti
제목에서 드러나다시피 핵무기 개발에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모험을 추동하는 핵심 모티브가 된다. “태평양 양편에 하나씩 서 있는 거대한 자아”로 표현된 김정은과 트럼프를 비롯해 푸틴과 메르켈 등 국제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특히 국제 정치 지형도에서 푸틴과 러시아의 역할에 주목하는데, 푸틴과 그의 ‘오른팔’이 “세계의 몇몇 지역을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러시아의 위치를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주로 유럽과 미국의 극우파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잘못된 때에 잘못된 장소에 가 있는 재주가 특출”난 알란은 이번 소설에서도 평양과 뉴욕, 스톡홀름과 세렝게티 등을 종횡하며 세계사적 사건들의 숨은 주역 구실을 톡톡히 한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미사일을 둘러싼 유치한 말씨름을 접고 돌연 핑크빛 무드로 돌아선 것 역시 알란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101살 생일 선물로 받은 아이패드 덕분에 세계의 이런저런 일들에 관심과 걱정을 쏟아붓던 알란은 소설 말미에 가면 지친 듯 이런 상념을 곱씹는다. “이 모든 골치 아프고 복잡한 얘기들 없이 세상만사가 그냥 그 자체일 수는 없단 말인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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