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4 06:02
수정 : 2019.10.04 20:37
로마법 수업 한동일 지음/문학동네·1만5500원
“우트룸 세르부스 에스 안 리베르?” 라틴어로 “당신은 노예인가, 자유인인가?”라는 질문이다. 철저한 신분 사회였던 고대 로마에서 자유인에게는 공무담임권, 투표권, 상소권, 통혼권, 민회 발언권 등 광범위한 시민적 권리가 법으로 보장됐다. 반면, 노예는 ‘페르소나’(개별 인격체)가 아니라 ‘재산’에 불과했다. 노예 소유주는 “법률이 물건에 대해 인정한 권한”뿐 아니라 생사여탈권까지 노예에게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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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사진은 로마 교구 주교(교황)좌 성당인 ‘산 지오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의 외관에 세워진 성상.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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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민 계급의 자유가 무제한의 방종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로마는 매우 엄격한 법치 국가였다. 자유인에겐 특권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 높은 수준의 윤리와 공공의식이 요구됐다. 예컨대, 재판관이 사익을 위해 판결을 조작하거나, 여성에게 약물을 먹여 성욕을 채우는 것은 “죄의 경중을 따지기도 힘든 극악무도한 범죄”로 봤다. 자유인이기를 포기한 이들에 대한 형벌은 시민권 박탈과 재산 몰수를 동반한 ‘영구 추방’이었다. 이같은 ‘법외자’ 처분은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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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사진은 로마 시내 빌라 보르게제에 있는 17세기 추기경의 저택에 만들어진 여성상.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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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아내는 가정의 우두머리(근본)이자 끝이다.” 사진은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의 여신상.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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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인 한동일 교수가 <로마법 수업>을 펴냈다. 전작 <라틴어 수업>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주제인 로마법의 정신을 프리즘 삼아 현 세태를 살피고 “영혼이 깃든 몸”인 ‘인간’을 이야기한다. 책은 신분제, 결혼과 이혼, 여성, 어머니, 범죄, 형벌, 인류의 진보 등 모두 17개 주제로 짜였다. 로마인도 조망권 분쟁을 벌였고, 재산을 두고 다퉜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한탄했다. 지은이가 인용한 키케로의 한 문장은 이렇다. “호미네스 노스 에세 메미네리무스.”(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기억합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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