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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4 20:37 수정 : 2019.10.04 20:40

‘페미니즘프레임’ 시리즈
국내 저자들 3권 첫 출간
몸·젠더로 본 일상 불평등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류은숙 지음/낮은산·1만3000원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김명희 지음/낮은산·1만3000원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정지민 지음/낮은산·1만2000원

결혼, 몸, 장소, 식탁, 이미지, 사물 등 익숙하고도 일상적인 주제들을 젠더 관점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그것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작업이면서,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삶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과정이다. 도서출판 낮은산이 ‘페미니즘 프레임’이라는 문패 아래 내놓은 시리즈물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는 그 첫 결과물들이다.

막 페미니즘에 눈 뜬 시점에 결혼하게 된 칼럼니스트 정지민씨는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에서 페미니스트에게 과연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한지 묻고, 대안적 결합관계를 고민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권활동가 류은숙씨는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를 통해 부엌, 연단, 교실, 광장, 헬스클럽, 파티장 등의 장소가 남녀에게 하늘과 땅만큼의 다른 체험을 제공해왔음을 분석한다. 장소는 경험이 일어나고 무르익는 곳인데, 성별·나이·계층에 따라 특정 공간에서 맺는 관계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식당, 화장실, 대중교통 등에서의 분리와 차별에 맞선 권리 투쟁이 인권운동의 역사이기도 했다. 파산한 집안의 장녀로 10살 때부터 ‘부엌데기’가 되었고, 인권운동만으론 모자란 생활비를 벌기 위해 14년간 식당 알바를 뛰었고, 약 30년간 인권운동에 매진한 전문가로서 연단과 회의장을 뛰어다녔지만 종종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무시당하는 생생한 체험들에서 저자는 ‘장소와 젠더’의 사유를 깊이 있게 길어 올린다.

예방의학 전문의이자 건강불평등을 연구하는 사회역학자인 김명희씨는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을 통해 성차별주의가 우리 신체를 어떻게 달리 대우해왔는지 풀어놓는다. 남성의 겨드랑이 털과 가슴 털은 ‘짐승남’의 매력을 과시하는 도구이지만, 여성의 털은 망가진 여성을 희화화하는 코미디의 소재일 뿐이다.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손석희 앵커가 젊은 시절부터 껴온 안경은 그의 명석한 이미지에 기여했지만, 최근 여성 아나운서 최초로 안경을 꼈던 임현주씨의 행동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아랍 언론에서까지 화제가 되며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아야 했다. 타고난 생리적 특성으로 간주되는 목소리조차 사회적 맥락에 따라 구성되고 변화한다. 호주 연구팀이 1940년대와 1990년대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비교 분석한 결과, 눈에 띌 만큼 여성들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야말로 털 한오라기에서부터 눈, 피부, 어깨, 목소리, 마침내 목숨까지 그 어느 하나 젠더적으로 구성되지 않는 게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는 막 페미니즘에 눈을 뜬 시점에 결혼을 하게 된 칼럼니스트 정지민씨가 ‘과연 페미니스트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이 가능할까’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우리 시대에 평등한 사랑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연애칼럼을 쓰던 저자는 숱한 ‘여혐’ 폭력 사건을 목격하다 사랑에 대해 한마디도 못 쓰게 되고 결국 페미니스트가 되어 결혼제도에 편입된 개인적 체험을 통해, ‘한남’과 ‘페미’를 가르는 것은 생물학적인 성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성찰해낸다.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는다면 강자의 위치에 선 누구나 한남이 될 수 있는 거”였고, “거꾸로 말하면 날 때부터 페미니스트는 있을 수 없”으며 “페미니스트는 후천적이고 의식적인 지향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매일매일의 실천”이라는 사실 또한 통찰한다. ‘페미니스트에게 결혼은 반동인가’를 넘어 비혼, 다자연애, 혹은 완전히 새로운 결합방식에 대한 대안까지 질문함으로써 책은 지금을 넘어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김아리 자유기고가 ari93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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