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7 20:39
수정 : 2019.10.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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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최후의 만찬’ 소개하는 서철원 작가.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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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받은 서철원 작가
소설 ‘최후의 만찬’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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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최후의 만찬’ 소개하는 서철원 작가.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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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전북 전주의 전동성당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전동성당 자리가 바로 그 두 분이 처형당한 곳이죠. 소설 <최후의 만찬>은 두 분이 순교한 1791년의 신해박해에서 출발해, 그 시절 조선사회의 통치이념이었던 민본과 기득권 정치 사이의 갈등, 신앙과 양심의 문제 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최후의 만찬>의 작가 서철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98)의 문학세계를 기리고자 제정되어 해마다 신작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다섯 번째 도전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는 서 작가는 “예수의 시대와 조선의 천주교 탄압 시기는 본질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만찬을 그린 그림 <최후의 만찬>처럼, 정조 임금을 가운데에 놓고 왼쪽에는 조정의 관료 여섯 명이, 오른쪽에는 천주교 박해로 희생당한 여섯 사람의 영혼이 등장하는 소설 속 정약용의 ‘카메라 옵스큐라’ 장면에 그런 상징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처형 장면으로 시작한 소설은 정약용과 김홍도, 정조와 박지원 등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는 한편, 조선 세종 때의 과학자 장영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 얽힌 비밀을 설정하고, 여섯 탈춤패 초라니 암살단 같은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국문학자이기도 한 그는 연구서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으로 2017년 ‘제12회 혼불학술상’도 받았다. 그는 “소설 <혼불>을 통해 글의 원리와 글쓰기 방법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내 연구서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잃어가는 민족의 언어와 전통, 세시풍속, 신화 등을 잘 살려 쓴 소설 <혼불>을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수상작 이전에도 <왕의 초상>과 <혼, 백> 같은 역사소설을 발표해온 그는 “현실이 너무 빨리 변화해서 소설로 따라잡기에 벅차기 때문에 차라리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통해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며 “다음 작품으로도 역사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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