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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3 19:41 수정 : 2019.10.24 02:05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23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스마일 카다레. 사진 토지문화재단 제공

‘박경리문학상’ 선정 이스마일 카다레
‘노벨문학상’ 한트케 ‘학살 옹호’ 겨냥
“알바니아 같은 동네 친구지만 잘못”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23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스마일 카다레. 사진 토지문화재단 제공

“페터 한트케와는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하는 등 인간적 친분이 있지만, 밀로셰비치의 학살에 대한 그의 발언은 작가로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품과 작가의 정치색은 구분해야 하겠습니다만, 문학이 넘어설 수 없는 선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그에 대한 많은 서방 언론의 비판에 동의합니다.”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극작가 페터 한트케가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소수민족 학살을 옹호한 데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3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상 기자회견에서 “한트케와는 작가로서 동지적 관계를 지니고 있지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36년 알바니아 남부 지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난 카다레는 63년 첫 장편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한 이후 <돌의 연대기> <꿈의 궁전> <부서진 사월>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전횡에 시달린 알바니아의 현대사를 특유의 우화적이며 풍자적인 방식으로 고발해 왔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그의 소설은 전 세계 45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에도 2008년작 <잘못된 만찬>을 비롯해 그의 소설 10여 종이 나와 있다.

그는 이날 “공산독재 국가에서 생활한 나의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작품 속에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가 태어난 아주 작은 마을은 또한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불행하게도 그와 나는 같은 골목 출신입니다. 이름이 ‘미치광이들의 골목’이죠. 알다시피 독재자들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고, 유명한 작가는 더 싫어합니다. 언젠가 옛 서독에서 청중을 앞에 두고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알바니아에서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나쁜 일들에 대해 글을 쓸 자유가 있습니까?’ 그때는 그 질문에 진실된 답변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런 자유가 없다’고 매우 상세하게 답을 했던 데 대해 신께 감사 드립니다.”

카다레는 “권력의 억압에 대항하면서 표현하고 묘사하기 위해 길을 찾다가 도달한 것이 풍자적 방법”이라며 “신화와 전설, 민담 같은 요소를 소설에 적극 수용하는 것도 가공된 역사를 통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레는 24일 오후 연세대 원주 캠퍼스, 29일 오후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서 강연회를 한다. 26일 오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며 28일 오후 서울 서교동 ‘디어 라이프’ 북카페에서 독자와 만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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