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5 05:59
수정 : 2019.10.25 20:20
이중 연인
전경린 지음/나무옆의자·1만1000원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이다. 오랫동안 아무도 없다가, 저 먼 천체에 별자리들이 이동하듯 남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식이다.”
전경린(
사진)의 소설 <이중 연인>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연애를 다룬다. 시쳇말로 양다리. 잡지사 기자인 여주인공 수완이 미술평론가 이열과 방송국 피디 출신인 황경오,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야기를 얼개로 삼았다.
“황경오는 강렬하고 자극적이고 매력적이고, 이열은 담담하고 소소하고 편안했다.”
동시에 둘 이상의 상대를 사랑하는 비독점적 다자연애(폴리아모리)를 주창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완이 그런 경우는 아니다. 그는 한 남자와의 연애를 선호하는데 공교롭게도 거의 동시에 두 남자가 접근해 온다. 그리고 두 남자는 성격과 연애 방식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극과 극이다. 연애 철학을 놓고 보자면, 황경오가 상대를 독점하고 구속하려 하는 반면 이열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버려 두는 편을 택한다. “우린 비스듬히 어긋난 채로 서로에게 문을 열어 두기로 했고, 알 수 없는 일들을 함께 지나가려 했다.”
적극적으로 몰아붙이는 황경오가 초반 주도권을 장악한다. 황경오와 예정에 없던 사랑을 나누고 나온 모습을, 만나기로 선약을 했던 이열에게 목격 당하는 장면은 수완이 놓인 상황과 이 소설 제목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남들 같으면 화를 내고 소동을 벌일 상황에서 이열은 그저 겸연쩍은 웃음을 짓고 넘어갈 따름이다. 그런 이열에게 수완은 황경오와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구체적인 묘사를 곁들여 가며 들려주기도 한다. 이열은 과연 수완을 사랑하기는 하는 것일까. 그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난, 뭔가, 아무도 모르는 정원에서 나 혼자 꽃잎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어. 인내심을 가지고 네가 검사하기를 기다리며 꽃잎들을 차곡차곡 모으는 거야. 네가 와서 이제 됐어, 충분해, 라고 할 때까지.”
이열의 말은 아름답고 감동적이기까지 하지만, 그것이 아무나 쉽사리 이를 수 있는 경지는 아닐 것이다. 초반 주도권을 지녔던 황경오가 낙마하고 이열이 역전승을 거두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되는데, 그 승리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일지 여부는 여전히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수완과 이열의 ‘비스듬히 어긋난 사랑’을 두고 작가는 이렇게 썼다. “중심은 비어 있는 사랑. 그 중심은 폐허일까, 시원일까.”(‘작가의 말’)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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