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침대에 누워서 한 승 원
딸이 보내 주어서 ‘달 긷는 집’ 마당의
정자에 설치한 그물침대에 누워 흔들흔들
세상을 흔든다
흔들거리는 세상을 즐긴다
허공에 걸린 채 흔들거리는 또
하나의 세상 속에 내가 떠 있다
노인은 가끔씩 어리광하듯 흔들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물침대는 가르친다 흔들림은 황홀한 일탈이다
사랑도 흔들림이고 시도 흔들림이다
어른어른 세상이 흔들리는 가벼운 멀미 속에서
눈을 감으면 보인다 아득한 길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시집 <꽃에 씌어 산다>(문학들)에서
책 |
[시인의 마을] 그물침대에 누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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