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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1 06:01 수정 : 2019.11.01 20:10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정여울 지음/김영사·1만3800원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릴 땐 밥 먹는 속도 같은, 삶의 구체적 속도를 줄여보라. 트라우마에 사로잡혔을 땐 자기 안에 상처를 핵심적으로 요약하는 문장을 찾아 보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마음에 빨간불이 켜진다. 다 나은 줄로만 알았던 상처가 다시 벌겋게 곪기도 하고, 결핍과 단점을 노려보다 끝내는 자기 자신을 지독히 혐오하게 되기도 한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는 이런 마음의 비상사태에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생존 배낭’이다. 손 한뼘 조금 넘는 이 작은 배낭에, 상처를 부여잡고 심리학을 파고든 정여울의 지난 10년이 담겨있다.

생존 배낭이라고 해서 얕은 진통제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구스타프 융,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과 문학, 신학을 오가며 에고와 셀프, 상처와 트라우마, 상상계·상징계·실재계 같은 다소 난해한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어려운 용어 탓에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괜찮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의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 생존 배낭 맨 앞주머니에 담긴 조언이다. 자신과의 관계는 모든 관계의 출발이고 모든 문제의 실마리이기 때문에 자주 ‘나’를 만나 ‘괜찮냐’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공감(self-compassion)이 이뤄지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나를 만날 수 있다. 앞장서 갱도를 파는 광부처럼 정여울이 먼저 길을 터준 덕분에 뒤따르는 이들의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 그리 험하진 않을 것 같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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