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1 06:01
수정 : 2019.11.01 09:34
할아버지와 달-진정한 꿈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철학 그림책
스테파니 라푸앙트 글, 로제 그림, 양혜진 옮김/찰리북·1만5000원
할머니를 병으로 잃은 뒤 할아버지는 말을 잃었다. 심장의 연료가 바닥난 것처럼 할아버지는 마음이 텅 비었다. 할머니가 떠나던 그날 할아버지의 일부도 함께 떠난 것처럼 보였다. 다른 가족들은 할머니 없이 사는 법을 익혔지만 할아버지는 그러질 못했다.
할아버지는 해마다 초등학생인 나의 발레 공연을 보러 왔다. 강당 객석에는 모두 309명이 앉아 있었다. 공작새처럼 우쭐대는 사람이 308명. 곤히 자는 사람이 한명 있었는데 그 한명이 바로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쇼핑센터에서도 영화관에서도 버스에서도 잤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날에도 잠만 잤다.
할아버지는 1930년 8월5일에 태어났다. 처음 달에 발을 디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한날에 태어난 것이다. 물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딘 1969년 7월20일에도 할아버지는 자고 있었겠지만, 내가 만약 달에 간다면 할아버지는 기뻐하지 않을까? 마침 달에 갈 사람을 뽑는 대회가 열렸다. 온세상 사람들이 모두 뽑히려고 줄을 섰고 나 역시 줄을 서서 신청자 번호를 받았다. 2만1191명 중에서 6506번이었다.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그리고 인도주의 운동가로 활동 중인 스테파니 라푸앙트가 쓴 첫번째 동화책 <할아버지와 달>은 책의 끝 표지를 닫을 때까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사건들 사이 여백이 아주 많아서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상실’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배려’와 ‘공감’을, 누군가는 ‘꿈’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무살에 캐나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가 된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책이기에, 또 어쩌면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스타가 된 경험을 별(스타)이 가득한 우주로 나가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꼈던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활짝 열려 있는 결말 또한 많은 질문과 궁금증을 낳는다.
김아리 자유기고가
ari93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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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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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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