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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1 06:01 수정 : 2019.11.01 20:10

태평양 전쟁-펠렐리우 오키나와 전투 참전기 1944-1945

유진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1941년 12월, 일본의 미국 진주만 기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선은 태평양으로까지 확대됐다. 그중에도 두 나라가 전쟁 막바지에 팔라우 제도의 산호섬 펠렐리우(1944년)와 오키나와섬(1945년)에서 맞붙은 전투는 더없이 처절했다. 오키나와 전투가 끝난 뒤, 확인된 일본군 시신만 10만7535구였다. 두 전투에 미군 해병대 병사로 참전했던 유진 슬레지가 1981년에 출간한 <태평양 전쟁>은 아열대 섬의 진창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혹하고 야만적인 실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이다. 미국 케이블 방송 <에이치비오>(HBO)의 미니시리즈 <퍼시픽>의 원작이기도 하다.

책장 곳곳에는 작렬하는 폭탄과 매캐한 화약연기, “사람의 몸과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포탄, 화염방사기가 내뿜은 불길에 휩싸인 적병의 비명, 두개골의 절반이 날아가 뇌수와 피를 쏟아내는 시체들, 그 주검을 뒤져 기념품을 챙기고 턱을 짓이겨 금니를 뽑아내는 노략질, 공포에 질려 울거나 소리지르고 미쳐가는 병사, 죽어가는 적병에 연민을 보이는 대원에게 퍼붓는 핀잔, 그럼에도 믿을 건 전우밖에 없는 엄혹한 현실이 지옥도처럼 펼쳐진다.

삶과 죽음이 뒤범벅된 전장에서 병사들의 행동은 “후방의 사령부에서 생각하는 행동수칙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달랐다. 아비규환의 전장에는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문”도 들려온다. 지은이는 “전쟁을 너무도 쉽게 말하는 사람들”, “전쟁의 영광이라는 되지도 않은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한다. “전쟁은 야만적이고 수치스럽고 끔찍한 낭비”일 뿐이라고.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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