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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8 05:00 수정 : 2019.11.08 09:42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 등 9명 지음/미래의창(2019)

서점가에도 소위 ‘시즌 상품’이란 게 존재한다. 11월로 접어들고 서서히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면 제목에 ‘트렌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마구 쏟아져나온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찬 개인들은 서점 매대 주변을 서성이면서 이런저런 트렌드 관련 책들을 펼쳐 읽고, 격변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들은 트렌드 관련 책을 단체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읽힌다. 불확실성의 증가로 미래 예측이 더욱 힘들어질수록 트렌드 예측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강조되고 있다. 유독 불안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트렌드 예측은 이미 거대한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렸고,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트렌드 예측의 열기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2018년 ‘소확행’(작고 확실한 행복), 2019년 ‘뉴트로’(요즘 옛말)라는 트렌드 키워드를 선보이며 매년 놀라운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는 ‘트렌드 예측의 교과서’ <트렌드 코리아>.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창)의 출간과 동시에 서점가는 트렌드 예측 시즌으로 돌입했다. 2020년에는 어떤 흥미로운 트렌드 키워드가 등장할까, 2020년에는 어떤 게 뜨고 어떤 게 질까, 2020년은 2019년보다 좀 나아질까. 2020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트렌드코리아 2020>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트렌드 코리아>가 연말연시 최고의 시즌 상품이라는 것을 경험한 주요 서점들은 충분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대표 저자인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를 비롯한 9명의 공동 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쏟아져 몰려오는 트렌드 강연 요청을 소화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 전체가 자연스럽게 트렌드 예측의 시즌으로 돌입한 모양새다.

“미국발 통상 갈등,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한일 무역 갈등, 국회의원 선거 등, 2020년에도 정치가 경제를 삼키는 현상이 반복될 예정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2020년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쥐의 해’를 맞이해 위기를 돌파하는 작은 히어로들이 등장하기를 바라며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멀티 페르소나’(여러 개의 가면을 쓴 사람들) ‘라스트핏 이코노미’(마지막 접점에서의 만족) ‘스트리밍 라이프’(소유보다는 경험) ‘오팔 세대’(Old People Active Life) ‘편리미엄’(편리성이 프리미엄) ‘업글인간’(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인간) 등, 우리 주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애매모호한 현상들에 대해 신박한 신조어들을 등장시켜 일목요연하게 개념을 정리해준다.

우리는 너무 앞서가려고만 하는 게 아닐까? 현재와 오늘을, 미래와 내일을 예측하는 일에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밀로(Daniel S. Milo)의 지적처럼, 어쩌면 현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내일’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저곳은 오늘 이곳보다 낫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기꺼이 ‘지금 여기’의 즐거움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우리들의 모습. 어쩌다 우리가 미래중독자가 되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볼 일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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