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08 05:00 수정 : 2019.11.08 09:40

에리식톤 콤플렉스-한국 자본주의의 정신

김덕영 지음/길·1만8000원

에리직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부자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서 끊임없이 먹어치운다. 에리직톤에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 텔레비전 광고에서 “이명박은 배고픕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그는 게걸스럽게 국밥을 먹는다. 이 게걸스러움은 당시 이명박을 찍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도 있었고, 그는 압도적인 표 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게걸스러움은 이명박만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우리 모두의 상징인 셈이다.

김덕영 독일 카셀대학교 교수는 <에리식톤 콤플렉스>에서 “우리는 ‘허기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명박이 당선되던 당시만 해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정도로 충분히 잘 사는 편이었다. “최소한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배가 고팠다.” 2만 달러짜리 국밥을 먹고 난 다음에는 3만 달러짜리 국밥을, 3만 달러짜리 국밥을 먹고 난 뒤에는 “4만 달러짜리 국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끊임없이 배고프게 한 기아의 여신 리모스(Limos)는 누구인가? 김 교수는 국가와 재벌 그리고 개신교라는 신삼위일체가 바로 그 리모스라고 지목하면서, 박정희(국가)와 정주영(재벌), 조용기(개신교)라는 세 인물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박정희는 빈곤 담론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 정신의 심리학적 토대를 이루며, 재벌은 자본주의 정신을 몸으로 구현했다. 박정희와 정주영은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총사령관과 야전사령관”이었다. 그리고 국가화되고 기업화된 세속적 교회는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전도사로서 자본주의를 성화(聖化)한다.

막스 베버 전공자인 김 교수는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1920), <경제사: 보편 사회경제사 개요>(1923)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탐구한다. 또한 자신의 2014년 저작 <환원근대: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의 개념도 가져온다.

책의 막바지에서 김 교수는 “진정한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고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째, 모든 것을 경제성장으로 환원하는 환원근대적 사고를 극복하고 환원근대의 핵심축인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가 해체되어야 한다. (이는 가족경영 또는 동족경영의 복합기업집단인) 재벌 자체의 해체도 의미한다. (…) 둘째, 유교에 기반하는 전통적 집단주의 정신을 근대적 개인주의 정신으로 대체해야 한다. (…) 셋째, 개신교는 환원근대의 이데올로그 또는 전도사 역할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본연의 종교적 임무, 즉 영혼의 구원에 헌신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자본주의의 피안에서 자본주의와 일정한 긴장과 갈등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주술사 노릇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