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읽고사니즘 |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을 타는 것일까요. 음식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꽤 자주 눈에 띕니다. ‘미안하고 불안하지만 끊을 수 없는 고기의 매력이 만든 역사’라는 부제를 단 <고기의 인문학>(따비)이 얼마 전 나온 데 이어, 이번 주엔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한겨레출판)가 나왔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강한 만화가 김태권이 인류 문명 속 육식 문화를 설명한 책이지요. 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중인 인문학자들이 중국 미식 역사와 문화를 다룬 <중화미각>(문학동네)도 눈으로 보는 맛이 있습니다. 오향장육, 훠궈, 북경오리구이, 동파육, 만두, 호떡까지 음식이 끝도 없이 펼쳐지니 다이어트중인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차무진의 장편소설 <인 더 백>은 먹히는 이야기니, “먹는 자 먹히는 자 고기서 고기”라는 말(4면 참조)이 으스스하게 다가옵니다.
<집다운 집>에서도 독특한 음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한달에 사나흘 정도 ‘팝업 식당’을 하는 필자(요나)의 글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몇년 만에 돌아와 본가에서 독립하며 부엌을 다듬는 가운데 비로소 “어떤 재료를 어디서 사고, 어떤 기분으로 요리하고, 어떻게 차려서 먹을지 정중하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몇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해왔지만 ‘혼밥’에는 신경쓰지 않았다는 거죠. 햇빛 가득한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며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니, 낮이나 밤이나 형광등 불빛 아래 살아가야 하는 도시의 독자들이라면 어떤 기분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먹고사니즘’이라는 말이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의 귀함이라기보다는 돈벌이 지상주의를 꼬집는 비판적 용어로 자주 사용됩니다. 그러니 가끔은 ‘읽고사니즘’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합니다. ‘어제 뭐 먹었어? 오늘 뭐 먹지?’ 하는 질문만큼 ‘어제 뭐 읽었어? 오늘 뭐 읽지?’ 궁리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