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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5 06:00 수정 : 2019.11.15 20:41

서칭 포 허니맨: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언젠가 내게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신호가 더없이 ‘스위트’하게 느껴졌다면? 막연한 질문 앞에 각 장의 제목이 징검돌을 놓는다. 우선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3장)고. 그러나 여행이 지닌 속성대로 ‘진로는 예측을 벗어나기도 한다’(11장). 그럼에도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도 날아오른다’(14장), 그때의 진심을 담은 마음이.

친구 사이인 여자 셋의 ‘서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의 시작은 다소 장난스럽기도 하다. 3년 전 로미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은 사람을 찾아보자는 것. ‘양봉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보만 들고 제주로 간 로미와 하담, 차경은 ‘허니맨’을 찾는 과정에서 익숙한 사람이 낯설어지는 순간과 잘 알지 못했던 사람이 친밀한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을 제각기 맛본다. 관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은 삼십 대 중반의 세 여자는 상대의 명백한 신호를 해독하는 데에도 조심스럽고, 한 번의 우연에 의미를 두진 않아도 그로 인한 파장은 분명히 인식하기도 한다. 섬에 상륙한 거대한 태풍 속에서 자신에게 “생생한 존재감을 남기는 사람”과 거리를 좁히는 순간도 맞는다. 태풍이 지나간 뒤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모른” 채.

<서칭 포 허니맨> 작가 박현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러다 “망할 로맨스”라 탄식할 만큼 착각과 기망 등이 버무려진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로맨스’로 만끽하는 감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그들의 말에 공감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랑스러운 낯선 순간이 모여 익숙한 사람”으로 상대를 마주하는 경험은 ‘망할 로맨스’의 달콤한 이면이기도 하기에.

<서칭 포 허니맨>을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되는 건 여성이 상시로 느끼는 두려움을 내포한 때문이기도 하다.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온전히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여자들은 급박할 때 서로에게 손길을 내민다. 비뚤어진 관심을 지니고 접근한 남자 때문에 위기에 처한 로미를 구하려고 그 자리에 오래 뿌리내리고 살아온 할머니 해녀들이 단결한 벌떼처럼 어두운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은 묘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한겨레>에 ‘박현주의 장르문학 읽기’를 연재 중이기도 한 작가는 이 책에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단서를 붙였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경계에서, 제주 바다에서 유려하게 파도를 타고 넘는 서퍼들처럼 작가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이야기를 직조해낸다.

글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서칭 포 허니맨> 작가 박현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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