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작가 애트우드 ‘미친 아담’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극소수 인간과
천재과학자가 탄생시킨 신인류의 공존
평화주의와 행동주의 양자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할 방향은 어느쪽?
성경 인유 속 새로운 미래 희망 담아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민음사·1만6000원 지난 18일로 80살 생일을 맞은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올해 두 번째 부커상을 받았으나 이내 후폭풍을 맞았다. 애트우드는 아프리카계 여성 작가인 베르나르딘 에바리스토와 공동 수상자가 되었는데, 그것이 흑인 여성 작가 최초의 부커상 단독 수상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저항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부커상 공동 수상은 1974년과 1992년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1992년 이후 공동 수상을 내지 않기로 규정을 바꾸었고 지난해까지는 그 규정이 지켜져 왔던 것.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를 둘러싼 논란보다는 강도가 약하다지만, 2000년에 이어 두 번째인 애트우드의 부커상 수상도 흠집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애트우드의 부커상 수상작 <증언들>(The Testaments)은 미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그의 대표작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 1985)의 속편이다.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이 여성을 오로지 생식 도구로만 보는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면, <오릭스와 크레이크>(2003)에서 <홍수의 해>(2009)를 거쳐 <미친 아담>(2013)에 이르는 ‘미친 아담’ 3부작은 전염병이라는 대재앙이 몰아닥친 지구의 음울한 미래를 상정한 또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엘리트 기술 관료들을 거느린 기업체들이 요새화한 단지를 이루고, 단지를 둘러싼 담 바깥 평민촌은 가난과 혼란과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미래. 천재 과학자 크레이크는 ‘재부팅’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파라디스 돔을 만들고 신인간 크레이커들을 창조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며, 폭력과 살육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고, 경쟁과 독점이 아니라 공유와 협력의 섹스를 지향하는 벌거숭이 신인류다. 각각 2008년과 2012년에 번역돼 나온 1부와 2부에 이어 새롭게 번역 출간된 3부작의 마무리 편 <미친 아담>은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들과 신인류 크레이커들의 공존과 미래를 향한 싸움을 그린다. 소설은 여성 주인공 토비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토비는 시크릿버거 가판대에서 일하던 중 현대판 검투사인 고통공 감옥 죄수 출신 매니저에게 학대당하다가 ‘신의 정원사들’의 도움으로 벗어난 인물. 신의 정원사들은 기업체의 전횡과 환경 파괴에 맞서 평화주의적이고 생태적인 대응을 추구하는 유사 종교 집단이다. 토비가 사랑하는 남자 젭과 ‘신의 정원사들’을 이끄는 아담은 이복형제 사이. 석유 산업을 하나님의 섭리이자 축복이라 설파하며 조세도피처에 비밀 계좌를 만들어 둔 위선적인 목사 아버지를 증오한다는 점에서 형제는 죽이 맞았지만, 기질은 정반대라 할 정도로 다르다. 아담의 생태주의와 평화주의적 해법과 달리 젭은 바이오 테러리즘을 포함해 폭력적이며 행동주의적인 저항을 추구한다. 두 남자의 갈등과 협력은 크고 작은 극적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미래 모색의 두 가지 방향을 대표해서 보여준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가상해서 그린 소설을 일러 에스에프(SF)라 하는데, 애트우드가 <시녀 이야기> 연작과 ‘미친 아담’ 3부작 등을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 아닌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 부른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연작에 이은 그의 또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 ‘미친 아담’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미친 아담>이 최근 번역돼 나왔다.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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