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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2 06:01 수정 : 2019.11.22 16:44

[책&생각 책거리]

지난주 커버로 ‘밀레니얼 책책책책 밀려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면서 젊은 세대를 분석한 책들을 소개했습니다. 이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나올 차례라는 내용도 담았죠. 공교롭게도 이번주엔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책을 몇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아빠의 아빠가 됐다>(조기현 지음, 이매진)는 치매 걸린 아버지와 90년대생 아들이 보낸 9년의 시간을 기록한 것입니다. 학자금 대출에 인생을 저당잡히느니 대학 가길 포기한 아들은 학벌 위계를 깨뜨리는 위대한 소수가 될 수 있다며 뭐라도 해보려 하는 스무살의 순간, 아빠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10만원 일당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영화를 배우고 아버지를 돌봐온 그는 말합니다. “가족이라고 말해지기 전에 우리는 하나의 ‘사회’라고 선언한다.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새사연 기획, 바틀비)는 청년 퇴사자 21명을 심층인터뷰한 청년 퇴사 보고서입니다. 문화연구자 천주희씨를 만난 그들은 전 직장과 상사 얘기를 하며 “회사가 우르르 무너졌으면 좋겠다” “불이 났으면 좋겠다” “박살내고 싶다”는 등으로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막내’라는 이름으로 당한 폭력, ‘장난’으로 둔갑한 괴롭힘과 착취, 그리고 불공정한 인사고과는 그들이 퇴사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은이는 청년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일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한다면 <소득의 미래>(이원재 지음, 어크로스)를 권합니다. 비굴하게 굴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하면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괜찮은 길이 혹시 기본소득에 있는지 누가 압니까. ‘탈조선’을 바라는 ‘흙수저’들의 열망이 여전하다시피, 나라가 괜찮으면 누가 ‘탈조선’할까요. 지금 우리는 시민으로서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정치를 아무리 자주 얘기해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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