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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9 04:59 수정 : 2019.11.29 20:03

[책&생각 낄낄대며 밑줄]

은밀한 몸
엘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북레시피·1만8000원

“옛날옛날 한 귀족 청년이 청혼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 앞에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러나 무릎이 바닥에 막 닿으려는 찰나, 뿡! 방귀를 뀌고 말았다. 어찌나 치욕스러웠던지, 귀족 청년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었다.”

목숨과 방귀를 맞바꾼, 극단적으로 허탈한 얘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400쪽 내내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하는 소재를 줄기차게 들이댄다. ‘체취’ ‘아랫도리에서 느끼는 복잡한 기분’ ‘자세히 살피고 싶지 않은 부위’ ‘몸의 소리’ 등 절로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지는 4개의 직관적 주제로 분류돼 있는데, 교양서를 보면서 혼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독일의 피부 및 비뇨기과 전문의인 엘 아들러가 쓴 <은밀한 몸>.

“잘 잤어?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애인의 입에서 악취가 난다면 어떡하지? 지하주차장(대장)이 중요한 순간마다 부글거리며 고함 지르는데 예방법 없나? 과연 생리혈은 불쾌한 냄새가 날까? 똥꼬가 가려울 때 뭘로 씻으면 좋을까? “신체 구멍”에 오이를 집어넣어 세정하는 ‘오이 클렌징’이 유행이라는데 과연 깨끗해지나? 표지 날개에 실린 다정한 표정의 박사님은 우리 몸의 ‘구멍’과 ‘주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친절하다 싶을 만큼 소상히 일러준다. 성인 버전의 <삐뽀삐뽀 119>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어머어머 웬일이니” “뤼얼리?”를 반복하며 낄낄거리다가 “아침 구취는 도리 없다. 그냥 입을 크게 벌리고 숨쉬는 게 최선이다” “오이는 절대 안 된다” “엉덩이엔 물이 제일 좋다” 등의 명쾌한 조언을 들으면 안심이 된다. 물론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은 꼭 기억해 두기로! 박사님이 간곡하게 당부하지 않나. 혼자서 머리 쥐어뜯지 맙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 ‘낄낄대며 밑줄’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을 소개하는 ‘책&생각’의 새로운 꼭지입니다. 책지성팀 기자들이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책거리’ 자리에 부정기적으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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