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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9 04:59 수정 : 2019.11.29 20:07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낸시 매클린 지음, 김승진 옮김/세종서적·1만9000원

2013년 어느날, 역사학자 낸시 매클린은 “순전히 우연히”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조지 메이슨 대학의 비공개 문서고를 방문하게 된다. 거기에 있는, 거의 방치된 채 낡은 목조저택 방 ‘뷰캐넌 하우스’에 들어가 벽장마다 온통 문서로 가득찬 광경에 압도된 그는 숨을 한번 크게 삼키고 난 뒤 생쥐처럼 돌아다니며 방대한 문서들을 긁어모으고 또 읽어간다.

미국 석유재벌 찰스 코크가 미국 공화당과 보수우파의 자금줄 ‘큰손’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여러 탐사보도들이 ‘공화당 자금’을 추적해왔으나 이 퍼즐에 빠져 있는, 빈 조각이 하나 있었다. 그 조각은 빼어난 정치경제학자이자 “아마도 세계 전역에서 좌파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가장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일 것”으로 묘사된 급진적 시장자유주의 ‘반혁명 운동가’인 제임스 뷰캐넌(1919~2013, 198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라는 전혀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을 이 책은 집요하고 치밀하게 드러낸다.

얼핏 암호처럼 모호해보이는 ’공공선택이론’의 사상적 원천인 뷰캐넌의 일생과 그 이론적 무기에 막대한 돈을 후원해온 억만장자 찰스 코크를 두 축의 등장인물 골조로 세운 뒤, 고든 털럭 등 불세출의 극단적 우파 경제학 동지들을 짧은 액자형 삽화로 군데군데 배치한다.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잘 감지되지 못했던 그 무언가”이자, 1950년대 이후 최근까지도 미국 정치에 “은밀한 작전처럼 스며들어온 심각하면서도 복잡하고, 기민하게 장기 진행돼온 급진 우파 이데올로기 운동”의 기원과 내막, 세력을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추적해가는 이야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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