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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9 05:00 수정 : 2019.11.29 20:06

끈이론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알마·1만4800원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쓴 <끈이론>은 테니스를 소재로 한 자전적 에세이이자 전문적인 스포츠 비평서다. 주니어 선수 출신답게 글쓴이의 설명은 매우 전문적인데, 여기에 소설가의 기교와 스타일이 더해져 묘사와 비유가 유려하다.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에세이 중 으뜸을 꼽으라면 ‘황제’ 로저 페더러에 관한 비평 ‘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다. 이 글은 2005년 유에스 오픈 결승전 4세트 초반, 이 20대의 스위스인이 당대의 일인자 앤드리 애거시에게 서브를 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애거시의 승리로 기우는 듯하던 랠리가 페더러의 패싱샷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세밀한 묘사와 현란한 비유로 가득한 글쓴이의 문장은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구두점이 찍히지 않는다.

이 책은 테니스를 즐기지 않는 일반 독자들이 보기엔 녹록지 않다. 구기 종목 경기 중계를 영상이 아닌 문자 텍스트로 보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글쓴이의 텍스트는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예컨대 페더러 경기의 관전 경험을 전달하는 이런 문장들.

“어떤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내 배우자 말로는 헐레벌떡 들어가 보니 소파에 팝콘이 널브러져 있고 나는 한쪽 무릎을 꿇었는데, 눈알이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눈알 같았다고 한다. (…) 저 플레이의 아름다움과 천재성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경험을, 미학적 요소는 간접적으로 접근하거나, 에둘러 말하거나, 아퀴나스가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주제를 다루듯 무엇이 아닌가의 형식으로 정의하려 들어야 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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