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 얀 글레이저 지음, 권지현 옮김/씨드북·1만2000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집안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미국 뉴욕시 할렘 지역에 사는 밴더비커씨 가족. 화목한 이 집안에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집주인인 비더먼씨가 계약연장을 거부해 연말까지 집을 비우게 된 것. 엄마와 아빠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낙담하지만, 다섯 아이는 다르다. 6년 동안 살아온 정든 집에서 순순히 퇴거할 수 없다!! 이른바 ‘비더먼 작전’이 시작된다. 문제는 비더먼씨가 같은 건물 4층에 사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6년 동안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괴팍한 독거노인이란 점. 12살 맏이인 쌍둥이 제시가 행동에 나섰다. 집안에서 냉동음식만 먹고 살았을 비더먼씨를 감동시킬 따끈따끈한 아침식사를 준비해, 4살9개월 된 막내 레이니와 함께 4층을 찾았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쟁반을 쏟는 바람에 1차 작전은 대실패로 끝난다. 다음엔 7살 넷째 히아신스가 비더먼씨 이름을 손수 손바느질해 만든 식탁보를 선물하러 갔지만 ‘‘썩 꺼져, 날 귀찮게 하지 마”라는 불호령과 함께 반쯤 넋을 잃은 채 돌아와야만 했다. 이에 대한 항의는 잠깐, 듀크 엘링턴의 재즈 음반, 맛있는 쿠키, 아이들이 직접 지은 시와 그림, 귀여운 아기 고양이까지 아이들의 선물 공세가 이어진다. 하지만 상대는 요지부동. 이웃들도 힘을 보탠다. 아이들이 준비한 탄원서에 서명하고, 일부는 부탁 전화를 걸기도 한 것. 하지만 비더먼씨는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렸고, 아이들 아빠에게 버럭 성질을 냈을 뿐. 세상에 이렇게 심술궂은 집주인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빠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뭔가 사연이 있는 법. 결정적 반전은 퇴거 통보 나흘 뒤인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일어난다. 물론 크리스마스답게 훈훈한 해피엔딩. 동심이 살아 있는 아이들의 대화, 서로 보살피고 안아주는 이웃 공동체의 훈훈한 풍경이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노숙자 쉼터 등 공동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는 작가의 약력에 눈이 간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책 |
집주인 녹인 ‘세입자 오남매’의 애교 대작전 |
카리나 얀 글레이저 지음, 권지현 옮김/씨드북·1만2000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집안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 미국 뉴욕시 할렘 지역에 사는 밴더비커씨 가족. 화목한 이 집안에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집주인인 비더먼씨가 계약연장을 거부해 연말까지 집을 비우게 된 것. 엄마와 아빠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낙담하지만, 다섯 아이는 다르다. 6년 동안 살아온 정든 집에서 순순히 퇴거할 수 없다!! 이른바 ‘비더먼 작전’이 시작된다. 문제는 비더먼씨가 같은 건물 4층에 사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6년 동안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괴팍한 독거노인이란 점. 12살 맏이인 쌍둥이 제시가 행동에 나섰다. 집안에서 냉동음식만 먹고 살았을 비더먼씨를 감동시킬 따끈따끈한 아침식사를 준비해, 4살9개월 된 막내 레이니와 함께 4층을 찾았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쟁반을 쏟는 바람에 1차 작전은 대실패로 끝난다. 다음엔 7살 넷째 히아신스가 비더먼씨 이름을 손수 손바느질해 만든 식탁보를 선물하러 갔지만 ‘‘썩 꺼져, 날 귀찮게 하지 마”라는 불호령과 함께 반쯤 넋을 잃은 채 돌아와야만 했다. 이에 대한 항의는 잠깐, 듀크 엘링턴의 재즈 음반, 맛있는 쿠키, 아이들이 직접 지은 시와 그림, 귀여운 아기 고양이까지 아이들의 선물 공세가 이어진다. 하지만 상대는 요지부동. 이웃들도 힘을 보탠다. 아이들이 준비한 탄원서에 서명하고, 일부는 부탁 전화를 걸기도 한 것. 하지만 비더먼씨는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렸고, 아이들 아빠에게 버럭 성질을 냈을 뿐. 세상에 이렇게 심술궂은 집주인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빠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뭔가 사연이 있는 법. 결정적 반전은 퇴거 통보 나흘 뒤인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일어난다. 물론 크리스마스답게 훈훈한 해피엔딩. 동심이 살아 있는 아이들의 대화, 서로 보살피고 안아주는 이웃 공동체의 훈훈한 풍경이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노숙자 쉼터 등 공동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는 작가의 약력에 눈이 간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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