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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05:59 수정 : 2019.12.13 09:18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나태주 지음/열림원·1만3500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 1’ 전문)

짧고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태주(사진) 시인이 요즘 1년에 200번쯤 전국 각지로 강연을 다니는 ‘인기 시인’이 된 데에는 이 시의 몫이 크다. 그가 생활하는 충남 공주에 풀꽃문학관을 세워서 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만들어 시상하는 것 역시 이 시에 힘입은 바 크다.

1971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내년이면 등단 50년을 맞는 그가 42번째 신작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를 내고 1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 시집은 모두 3부로 이루어졌는데, 1부에 새로 쓴 시 100편을 싣고 2부와 3부에는 각각 독자들이 사랑하는 시 49편과 시인 자신이 사랑하는 시 65편을 모았다. 그러니까 시선집과 신작시집 성격을 한데 지닌 셈이다. 

책 맨 앞에 실린 표제작에서 시인은 인생을 흔히 고행에 견주는 말들에 맞서 ‘고행’을 ‘여행’으로 바꾸어 보자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인생은 여행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너와 함께라면/ 인생은 얼마나 가슴 벅찬 하루하루일 것이며/ 아기자기 즐겁고 아름다운 발길일 거냐”(‘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부분)

이 시에서도 보다시피, 시인에게 삶과 시 쓰기는 사랑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통한다. “시는 러브레터이며 시인은 서비스맨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저는 좀 허술하게 시를 씁니다. 시인들은 그래서 제 시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놀랍게도 독자들이 좋아합니다. 특히 중학생들이 제 시를 좋아해요. 저도 중학생들을 좋아합니다. 그 애들한테 시의 마음을 심어 줘야 합니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부르는 강연에도 자주 갑니다.”

“예전엔 방 안에 들어앉아/ 골똘히 생각하며 시를 썼는데/ 이제는 움직이며 시 쓰기// 자전거 타고 가다가 멈춰서/ 천천히 길을 걸으며/ 버스 타고 가거나 기차 타고 가면서”(‘움직이며 시 쓰기’ 부분) 

시인은 요즘 ‘노마드의 시’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낙 강연 다닐 일이 많다 보니 “기차 안에서, 걸어다니며, 플랫폼에서, 사람들 만나며 쉴 참에 핸드폰에 시를 쓴다”며 “내 시의 노트장은 핸드폰”이라고 말했다.

“모국어 중에서 사랑하는 말 한두 마디를 다시 모국어에 바치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한용운의 님, 윤동주의 별, 이육사의 청포도, 김영랑의 모란이 그런 것이죠. 저는 작게나마 ‘풀꽃’ 하나를 모국어에 바치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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