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책임성 포럼’ 기획, 정병선 외 옮김/길·각 권 1만3000~1만5000원 검고 매캐한 대기, 녹아내리는 거대 빙하,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고래…. 지구의 파멸을 알리는 카나리아들은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우리는 남의 일인 듯 무심하거나 애써 모른체 한다. 성인보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청소년들이 나서 대책을 촉구하면 배웠다는 어른들은 코웃음을 친다. 어쩌면 인류는 이미 멸종의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타 칼날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도살장의 돼지 신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이 거대한 무감각의 장벽을 깨뜨릴 수 있을까. 유엔은 이미 2005~2014년을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으로 선포하고 행동을 촉구한 바 있다. 독일은 유엔의 10년 계획에 발맞춰 교육 사업을 추진했고, 공식 출판 프로젝트인 ‘지속가능성 시리즈’를 유명 출판사인 피셔를 통해 12권짜리로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비영리 과학 연구단체 막스 플랑크 연구소 및 각 대학 전문가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을 한국에서는 도서출판 길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10권으로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 시리즈는 지난 2010년 1권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일 예거 지음, 김홍옥 옮김)를 시작으로 2012년 7권 <바다의 미래, 어떠한 위험에 처해 있는가>(슈테판 람슈토르 외 지음, 오철우 옮김)까지 출간되었지만 이후 지원이 끊기면서 후속 작업이 중단됐다. 최근 출판사가 외부 지원 없이 3권을 더 펴내면서 애초 계획했던 시리즈가 완전한 모습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 번역본 출간 과정의 우여곡절은 기후변화를 대하는 인류 모습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8권 <물 부족 문제,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인가>(볼프람 마우저 지음, 김지석 옮김)는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관점에서 물 문제를 바라본다. 인간이 지구의 물을 활용하기 전에는 자연이 거의 100%를 사용했다. 지난 300년 동안 인간의 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약 28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 상황에 처했다. 수자원을 둘러싼 인간과 자연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 유지 시스템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9권 <고갈되는 자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가>(프리드리히 슈미트 블레크 지음, 류재훈 옮김)는 탈물질화가 지속가능한 경제와 환경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한다. 탈물질화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물질 소비를 줄이는 시도를 의미한다. 훨씬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그동안 누려왔던 번영의 수준을 기술적으로 조직해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책은 놀랍게도 “그렇다. 할 수 있다”고 답한다. 경제 활동의 탈물질화 사례를 제시하고, 지침을 주고, 검토할 목록을 작성해 그 절차를 설명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10권 <미래의 식량,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가>(클라우스 할브로크 지음, 정병선 옮김)는 먹거리 문제 해법을 모색한다. 10억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상호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제를 해결하려는 유전공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윤리 논쟁이 잇따른다. 지은이는 유전공학의 현재와 잠재력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통해 실천적 결론을 제시한다. “유전공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뭘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이 얘기는 유전공학을 거부하는 사람들한테도 해당한다.” 이재성 기자
책 |
독일 ‘지속가능시리즈’ 우여곡절 끝 10권 완간 |
지속가능성 시리즈 8~10권
독일 ‘책임성 포럼’ 기획, 정병선 외 옮김/길·각 권 1만3000~1만5000원 검고 매캐한 대기, 녹아내리는 거대 빙하,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고래…. 지구의 파멸을 알리는 카나리아들은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우리는 남의 일인 듯 무심하거나 애써 모른체 한다. 성인보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청소년들이 나서 대책을 촉구하면 배웠다는 어른들은 코웃음을 친다. 어쩌면 인류는 이미 멸종의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타 칼날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도살장의 돼지 신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이 거대한 무감각의 장벽을 깨뜨릴 수 있을까. 유엔은 이미 2005~2014년을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으로 선포하고 행동을 촉구한 바 있다. 독일은 유엔의 10년 계획에 발맞춰 교육 사업을 추진했고, 공식 출판 프로젝트인 ‘지속가능성 시리즈’를 유명 출판사인 피셔를 통해 12권짜리로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비영리 과학 연구단체 막스 플랑크 연구소 및 각 대학 전문가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을 한국에서는 도서출판 길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10권으로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 시리즈는 지난 2010년 1권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일 예거 지음, 김홍옥 옮김)를 시작으로 2012년 7권 <바다의 미래, 어떠한 위험에 처해 있는가>(슈테판 람슈토르 외 지음, 오철우 옮김)까지 출간되었지만 이후 지원이 끊기면서 후속 작업이 중단됐다. 최근 출판사가 외부 지원 없이 3권을 더 펴내면서 애초 계획했던 시리즈가 완전한 모습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 번역본 출간 과정의 우여곡절은 기후변화를 대하는 인류 모습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8권 <물 부족 문제,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인가>(볼프람 마우저 지음, 김지석 옮김)는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관점에서 물 문제를 바라본다. 인간이 지구의 물을 활용하기 전에는 자연이 거의 100%를 사용했다. 지난 300년 동안 인간의 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약 28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 상황에 처했다. 수자원을 둘러싼 인간과 자연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 유지 시스템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9권 <고갈되는 자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가>(프리드리히 슈미트 블레크 지음, 류재훈 옮김)는 탈물질화가 지속가능한 경제와 환경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한다. 탈물질화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물질 소비를 줄이는 시도를 의미한다. 훨씬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그동안 누려왔던 번영의 수준을 기술적으로 조직해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책은 놀랍게도 “그렇다. 할 수 있다”고 답한다. 경제 활동의 탈물질화 사례를 제시하고, 지침을 주고, 검토할 목록을 작성해 그 절차를 설명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10권 <미래의 식량,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가>(클라우스 할브로크 지음, 정병선 옮김)는 먹거리 문제 해법을 모색한다. 10억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상호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제를 해결하려는 유전공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윤리 논쟁이 잇따른다. 지은이는 유전공학의 현재와 잠재력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통해 실천적 결론을 제시한다. “유전공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뭘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이 얘기는 유전공학을 거부하는 사람들한테도 해당한다.” 이재성 기자
독일 ‘책임성 포럼’ 기획, 정병선 외 옮김/길·각 권 1만3000~1만5000원 검고 매캐한 대기, 녹아내리는 거대 빙하,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고래…. 지구의 파멸을 알리는 카나리아들은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우리는 남의 일인 듯 무심하거나 애써 모른체 한다. 성인보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청소년들이 나서 대책을 촉구하면 배웠다는 어른들은 코웃음을 친다. 어쩌면 인류는 이미 멸종의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타 칼날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도살장의 돼지 신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이 거대한 무감각의 장벽을 깨뜨릴 수 있을까. 유엔은 이미 2005~2014년을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으로 선포하고 행동을 촉구한 바 있다. 독일은 유엔의 10년 계획에 발맞춰 교육 사업을 추진했고, 공식 출판 프로젝트인 ‘지속가능성 시리즈’를 유명 출판사인 피셔를 통해 12권짜리로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비영리 과학 연구단체 막스 플랑크 연구소 및 각 대학 전문가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을 한국에서는 도서출판 길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10권으로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 시리즈는 지난 2010년 1권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일 예거 지음, 김홍옥 옮김)를 시작으로 2012년 7권 <바다의 미래, 어떠한 위험에 처해 있는가>(슈테판 람슈토르 외 지음, 오철우 옮김)까지 출간되었지만 이후 지원이 끊기면서 후속 작업이 중단됐다. 최근 출판사가 외부 지원 없이 3권을 더 펴내면서 애초 계획했던 시리즈가 완전한 모습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 번역본 출간 과정의 우여곡절은 기후변화를 대하는 인류 모습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8권 <물 부족 문제,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인가>(볼프람 마우저 지음, 김지석 옮김)는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관점에서 물 문제를 바라본다. 인간이 지구의 물을 활용하기 전에는 자연이 거의 100%를 사용했다. 지난 300년 동안 인간의 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약 28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 상황에 처했다. 수자원을 둘러싼 인간과 자연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 유지 시스템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9권 <고갈되는 자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가>(프리드리히 슈미트 블레크 지음, 류재훈 옮김)는 탈물질화가 지속가능한 경제와 환경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한다. 탈물질화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물질 소비를 줄이는 시도를 의미한다. 훨씬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그동안 누려왔던 번영의 수준을 기술적으로 조직해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책은 놀랍게도 “그렇다. 할 수 있다”고 답한다. 경제 활동의 탈물질화 사례를 제시하고, 지침을 주고, 검토할 목록을 작성해 그 절차를 설명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10권 <미래의 식량,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가>(클라우스 할브로크 지음, 정병선 옮김)는 먹거리 문제 해법을 모색한다. 10억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상호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제를 해결하려는 유전공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윤리 논쟁이 잇따른다. 지은이는 유전공학의 현재와 잠재력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통해 실천적 결론을 제시한다. “유전공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뭘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이 얘기는 유전공학을 거부하는 사람들한테도 해당한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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