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6 12:04
수정 : 2020.01.0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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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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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양도 등 계약서 내용에 반발
문학사상사, 수상자 발표·간담회도 무기 연기
김명인 등 문단 안팎 지지 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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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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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가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거부했다. 소설가 최은영과 이기호도 상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는 6일 낮으로 예정되었던 수상작 발표와 수상자 기자간담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김금희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모 상의 수상후보작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일차적으로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내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심지어 내 작품의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글쎄,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상문학상 우수상 거부 뜻을 밝혔다.
최은영 작가 역시 3일 오후 문학사상사에 전자우편을 보내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행본에 3년 동안 실을 수 없는 규정도 작가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항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다른 수상작품집에 실릴 수 없다는 것은 작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최은영은 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문학사상사 분과 통화하면서 작가에게 불리한 조항들에 대해 수정 제안을 했지만 관행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거부감이 들어 상을 안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금희·최은영과 함께 우수상 수상자로 뽑힌 이기호 작가 역시 상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출판사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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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은영.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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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가 1977년에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대상 수상작과 우수상 수상작들을 묶어 연초에 수상작품집을 발간한다. 올해 우수상 수상 대상자는 다섯 명이었다고 문학사상사 관계자는 밝혔다. 이 가운데 세 사람이 수상을 거부한 것이어서 수상작품집 발간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문학사상사쪽은 “오래전에 작성한 ‘수락 및 합의서’에 따른 규정을 적용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며 “제도 개선 등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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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 마음산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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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상 거부 뜻이 전해지자 에스엔에스 등에서는 이들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퍼지고 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6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금희가 일종의 ‘노예계약’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2020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고 한다. 잘한 일이다”라며 “차제에 다른 메이저 출판사들의 경우에도 작가들에게 강제하는 유무형의 강제나 불이익은 없는지도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공모전이 아닌 한 기존 발표작 심사해서 상 주고 심지어 본심작까지 모아서 작품집 내는 건 이제 구시대 모델인 듯...”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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