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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5:00 수정 : 2020.01.10 11:12

제러미 벤담과 현대
:공리주의 설계자가 꿈꾼 자유와 정의 그리고 행복
강준호 지음/성균관대학교 출판부·2만7000원

공리주의를 대표하는 경구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 말의 주인공 제러미 벤담의 1차 저작을 읽어본 사람도 거의 없다. 1748년 런던의 유복한 법조계 집안에서 태어나 1832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무려 6만여 장의 원고를 쓴 것으로 전해지지만, 100개가 훨씬 넘는 상자에 담겨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도서관에 쌓여 있다. 이 대학에서는 지금도 ‘벤담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그의 미출판 원고들에 대한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출판된 일부 저작도 유능한 편집자를 만나지 못한 탓에 널리 읽히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의 이름은 ‘공리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끊임없이 거론된다.

공리주의 전문가인 강준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쓴 <제러미 벤담과 현대: 공리주의 설계자가 꿈꾼 자유와 정의 그리고 행복>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제러미 벤담의 실체를 국내에 소개하고 그에 대한 오해와 비판을 반박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특히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내에서 크게 유행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전후 맥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공리주의 일반과 벤담을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셸 푸코에 의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벤담의 파놉티콘(원형감옥) 기획이나 빈민법 개혁안 등이 세간의 오해와 달리 죄수들과 빈민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 것이며, 자신의 제자 존 스튜어트 밀과는 대조적으로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비판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등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강 교수는 소개한다. 벤담이 동성애를 지지했고, 국고보조에 의한 노동계급의 임금인상을 옹호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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